일본 소도시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 일본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
허근희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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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여행은 단순히 일상을 벗어나는 행위가 아니라 다시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특히 일본이라는 나라를 여행할 때는 그 감각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일본의 도시나 시골에서 만나는 조용한 공기, 자연을 대하는 태도, 사람들의 느긋한 생활 속도는 여행자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현재로 데려온다. 일본을 여행할 때 필요한 태도는 서두르지 않고 머물러 보는 자세, 그리고 풍경 앞에서 감정을 비워내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일본 소도시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바로 그 태도를 다시 일깨워주는 책이다. 단순한 여행 정보나 관광지 소개를 넘어, 낯선 장소에서 다시 살아나는 감각과 회복의 순간을 담아낸 점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저자는 15년째 일본 전역을 안내해온 인솔자로, 여행객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고 회복되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그 경험이 담겨 있어서 여행지의 풍경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이 여행자에게 어떤 마음의 움직임을 주는지를 함께 전한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다시 좋아지는 감각을 느끼게 된다. 나 역시 읽는 동안 여행 욕구가 살아났고, 소도시라는 공간이 주는 정서적 여백의 힘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일본 소도시 여행의 장점은 책에서 특히 강조된다. 도시보다 자연이 더 가까이 있고, 풍경이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느낌을 준다. 토야마의 산맥과 나가노의 설산, 아다치 미술관의 정원, 돗토리 사구의 황금빛 모래, 도고 온천의 깊은 온기 같은 장면들은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게 하는 장소들이다. 소도시를 여행하면 큰 도시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 보니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고, 자연 속에서 감정이 더 솔직해진다. 저자가 소도시에서 “나를 응원하는 나를 다시 만난다”고 한 표현이 유난히 오래 남는데, 이는 조용함 속에서 들리는 작은 내면의 목소리를 의미한다고 느껴졌다.



소도시 여행이 행복한 이유는 여행의 목적이 ‘보는 것’에서 ‘느끼는 것’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 속 문장처럼 걷고 떠돌다 보면 문득 이미 내 안에 행복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여행은 새로움 속에서 나를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공간에서 오히려 나의 본래 감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이 책은 여러 장면을 통해 부드럽게 보여준다. 온천에서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순간, 고요한 시골역에 내려 찬 공기를 마시는 순간, 잔잔한 물결을 보며 아무 말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순간이 결국 삶을 회복시키는 순간이라는 깨달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 책은 여행지를 소개하는 방식도 ‘알고 가면 더 보인다’는 관점을 유지한다. 토야마가 왜 신비의 관문이라 불리는지, 가나자와가 어떠한 역사적 층위를 지닌 도시인지, 도호쿠의 축제와 자연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게 되면 같은 풍경도 다르게 보인다. 단순한 뷰포인트 나열이 아니라 배경과 맥락을 전달해주기 때문에 여행이 사진 중심이 아니라 이야기 중심으로 바뀐다. 저자가 오랫동안 여행자를 안내하며 쌓은 통찰이 있어서 가능한 서술이라고 느꼈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가장 행복한 여행 방법’은 화려한 계획이나 복잡한 일정이 아니라, 걷는 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며,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삶과 완전히 분리된 특별한 시간으로 두지 않고, 삶의 연장선이자 회복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인상적이다. 여행 중에 뜨거워진 심장을 일상에서도 이어가자는 말은 단순하지만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조언이기 때문에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일본 소도시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일본 소도시의 풍경을 통해 결국 ‘나’라는 존재를 다시 회복하게 하는 책이다. 작고 조용한 장소에서 얻는 감정의 울림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하고, 여행이 사치가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읽는 내내 마음의 속도가 절로 느려지고, 오래 잊고 지냈던 감정의 결을 다시 만지는 느낌이 들어 책장을 넘기는 시간이 참 따뜻했다. 일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지친 마음을 단단하게 일으켜 세우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충분한 위로가 되어준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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