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법은 누구 편인가요? 404 교양 1
조덕상 지음, 신시티 그림 / 404(사공사)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 리뷰입니다


세상의 법은 누구의 편인가라는 질문은, 법이 사회에서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에게 차별이나 불평등을 허용하지 않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에서 비롯된다. 대체로 우리는 법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믿지만, 실제로 법이 현실에서 공정하게 적용되는지는 언제나 의문이다. 법은 강자의 논리에 휘둘릴 수도 있고, 약자의 권리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약자, 소수자의 관점에서 법을 바라볼 때 사회 구조 속 모순과 불평등이 새삼 두드러져 보인다. 현실에서 법은 절대적으로 공평하지 않으며, 때로는 ‘누구 편도 아니다’라는 씁쓸한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의문이야말로 이 책에서 던지는 핵심적 문제의식이다.

이 책의 저자 조덕상은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권 교육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며 이 책을 썼다. 저자는 현장감 넘치는 여섯 가지 인권 사건을 바탕으로 법이 단지 관념적 규율이나 정답이 아니라 실제 삶에 적용될 때 어떤 딜레마와 선택을 요구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 동네 인권 재판소’의 판사가 되어 각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의 주장을 듣고 직접 판결을 내리게 한다. 이를 통해 사고의 균형, 다양한 시각, 사회적 맥락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이끈다. 단순한 옳고 그름의 판단을 넘어, 법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 법의 판결 결과가 누군가에게는 보호막이지만 누군가에겐 또 다른 벽이 된다는 점을 체감하게 한다.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건들이 예시로 다루어진다. 노키즈존의 정당성, 즉 어린이와 보호자의 출입이 금지된 공간이 타당한지, 그리고 그 결정이 아이와 가족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 장애인의 놀이공원 이용 문제로써 모든 시설이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실제로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더 나아가 AI 음성의 저작권 문제 등이 있다. 한 가지 예로, ‘노키즈존’ 사건은 사회의 다수와 소수, 그리고 안전과 인권 사이에서 법과 제도가 어떻게 서로 충돌하는지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장애인 놀이공원 이용권 사건은, 물리적 장벽보다 사회적 인식의 벽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드러낸다. AI 음성 저작권 사례는 첨단 기술 발전 속 인권의 새로운 쟁점을 고민하게 만든다.



노키즈존 사건의 쟁점은 법적으로 ‘어린이의 출입 제한’이 정당한가, 즉 어린이와 보호자의 자유와 권리가 업주의 영업 자유·안전·다른 손님의 편의와 어떻게 충돌하는가에 있다. 특히 이 현상은 단순한 영업장 내 규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공공공간에서 소수자(어린이)와 다수자(어른)의 권리가 충돌할 때, 법적·사회적 규범과 차별의 경계가 어디인지를 묻는다.

찬성 측은 업주가 현실적으로 겪는 소음, 안전사고 및 부모의 무책임 등을 근거로 들며, 매장 운영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한다. 반대 측은 '노키즈존'이 어린이와 가족에 대한 집단적 배제와 차별이며, 아동의 공공장소 출입권이라는 인권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음을 주장한다. 특히 아동의 권리(유엔 아동권리협약 등)와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영업주, 소비자, 어린이와 부모, 나아가 사회 전체가 서로 다른 권리와 책임, 불편과 이익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지 지난한 논의가 전개된다.

결국 노키즈존 쟁점은 업주의 권리 vs. 아동의 권리, 사회질서 유지 vs. 차별 금지, 공익과 사익의 균형 등 다층적 법적·윤리적 물음을 던지는 대표적 사건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일상을 지배하는 법의 존재와 그 한계, 무엇보다 인권의 다층적인 구조와 모순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된다. 법은 완벽하지 않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실감하게 해준다. 책 속 사건을 따라가며, 나와 주변인의 권리,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의 시선, ‘법’이라는 이름의 차가운 울타리가 누군가에게는 보호막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벽이 되는 상황을 체험한다. 진정한 법의 의미는 결과가 아니라 ‘고민과 토론 과정’에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만약 누군가 법에 대해 ‘힘 있는 자만을 위한 것’이라는 편견이나 잘못된 이해를 갖고 있다면, 이 책은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세상의 법이 늘 공정하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하되, 법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신념 또한 잃지 말아야 한다. 편견과 오해 앞에서는 사건의 다양한 맥락을 들여다보려는 열린 태도, 그리고 법 너머의 정의와 인권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이야말로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미래의 법 감수성을 키워나가는 안내서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