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실력, 장자 -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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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최진석 철학자가 이 책에서 우리 시대에 던지는 핵심 질문은 바로 당신의 두께는 얼마인가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존재의 깊이와 사유의 힘,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는 물음으로 내면의 두께를 묻는다. 저자는 도가 사상가 장자의 철학을 현대인의 삶에 적용하여,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장자의 핵심 사상을 통해 기존의 기준과 틀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실천적 철학을 강조한다.

내공을 두껍게 쌓는 치열함에서 비켜나면, 꿈은 세계 최고일지라도 결과는 동네 최고에 머물거나, 꿈으로는 수천 년의 역사를 도모하지만 현실은 2,3일간의 소란으로 끝납니다. 누가 두텁게 쌓을 수 있느냐의 싸움입니다. (p231)

소요유는 장자 내편의 첫 번째 편으로, 진정한 자유와 이상적인 인간의 삶을 그린 글이다. 장자는 소요란 외부 조건이나 세속적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도에 따라 자유롭게 사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는 거대한 붕새의 비유를 통해, 진정한 자유는 높은 경지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작은 시야에 갇힌 인간들의 편협함을 비판한다. 참된 지혜를 지닌 사람은 세상의 이익과 손해, 생사마저도 초월한 존재로, 도에 일체화된 삶을 산다고 말한다.

우리는 성과, 경쟁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장자는 이런 외부 평가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속도와 삶의 방향을 따르는 자유를 강조한다. 소요유에서 붕새와 참새의 시각 차이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준다. 실패나 변화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유연한 사고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지녀야 하겠다.


장자의 중요 사상과 강조점은 바로 무위, 양생, 운명 긍정이다. 무위란 억지로 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행위를 말한다. 현대인은 강박적인 삶에서 살고 있다. 매일 무언가를 해내한다는 압력, 더 잘 보이기 위한 기록을 하며 타인을 의식하며 살고 있다. 이런 삶에서 벗어나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 바로 무위다. 무위는 삶의 균형과 생명력을 회복하는 길로 이끌어준다.

운명 긍정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자연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삶을 통해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장자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마음을 편하게 하고 운명을 따르는 태도를 제안한다. 이는 체념과는 다른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는 고정된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유연하게 적응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와 연결된다. 또한 특정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열린 마음이 필요하며 모든 것을 개인적인 가치판단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자는 말한다. 장자를 공부할 때 장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장자가 한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살펴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자가 문제를 발견해서 그것을 해결해 보려고 도전하는 모습, 그 실존과 고뇌와 태도를 배우는 것이 핵심이어야 한다고. 동양 사상의 큰 틀에서 '기'는 장자의 사상적 맥락 안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장자의 철학은 입체적이며 시간에 대한 독특한 관념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기'라는 범주 속에서 더욱 풍부하게 드러난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결코 쉽지 않다. 구절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어야 하고, 때로는 한 문장을 오래 붙들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느림 속에서 비로소 동양 철학이 전하는 사유의 깊이와 고요한 울림을 만날 수 있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삶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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