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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평점 :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이 책은 마흔이라는 나이를 상징적으로 가져와, 삶의 익숙함과 어려움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들에게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과 이야기를 통해 위로와 통찰을 건네는 책이다. 마흔은 단순히 나이를 의미한다기보다는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무엇 하나는 꼭 이루고 싶어 하는 시기를 대변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마흔'이라는 대명사로 묶일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예술이 삶의 태도를 재정립하는 데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전달하고 있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 용기가 필요한 순간, 버텨야 하는 순간, 홀로 서야 하는 순간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과정이다. 이 책은 그런 순간마다 화가들의 작품과 마주하며 위로와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에드워드 호퍼는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로, 현대인의 고독과 도시 생활의 정서를 독창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내성적인 성격을 지녔고 예술적 재능이 있었던 호퍼는 상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의 작품은 산업화와 경제대공항 등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며, 팝아트와 신사실주의에 큰 영향을 끼친다. 호퍼의 작품 <철길 옆집>은 고독와 소외를 상징하며, 위로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을 제공한다. 철길 옆에 홀로 서 있는 빅토리안 스타일의 집을 묘사하며, 문명과 자연이 충돌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외면적으로 황량하고 버려진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보는 이에게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우리도 삶 속에서 이러한 고독을 마주할 때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 속 붉은 풍선은 잃어버린 순수함일 수도, 아직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일 수도 있다. 풍선을 향해 손을 뻗는 소녀의 모습은 포기했던 꿈을 다시 떠올리는 우리의 모습과 겹쳐진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용기'는 그런 의미에서 마흔의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다짐이기도 하다. 남의 시선이 아닌,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쓰레기통에 있다>는 예술계의 전설적인 사건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경매에서 낙찰된 <풍선과 소녀>의 작품인데 갑자기 액자 속에서 알람이 울리더니, 그림의 하단이 자동으로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반쯤 잘려버린 것이다. 바로 그 순간 뱅크시는 이 사건을 작품화해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이 작품이 오히려 더 큰 가치를 갖게 되었고 새로운 이름과 해석을 얻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어떤 관계, 혹은 상황이 완전히 무너질 때가 있다. 사랑이든, 일상이든, 그 순간은 깊이 상실처럼 느껴지고 괴롭고 후회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용기란, 그 무너진 자리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파괴의 순간에 숨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새로운 이름으로 바꿔낸 뱅크시처럼, 우리도 실패나 상실 앞에서 고개를 들고 당당히 일어서야 한다.
저자는 다양한 화가와 그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삶의 태도와 시선을 조명한다. 이 책을 통해 예술은 단순한 감상이 아닌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뱅크시의 저항, 클림트의 사랑, 알폰스 무하의 이상과 아름다움처럼 각 작품이 지닌 메시지는 우리 삶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홀로 서야 하는 순간 예술 속 태도를 일상에 비춰보며 흔들리는 삶 속에서 스스로 지키고 의미를 찾아가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