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의 옷장 - 르네상스부터 19세기까지, 그림 속 여성들의 패션과 삶
김정연 지음 / 눌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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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일반적으로 의복은 옷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의복 스타일은 사회적 변화와 가치관을 반영하고 패션 스타일은 개인의 취향과 성격, 그리고 가치관을 나타낸다. 시대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의복 스타일이 달라지며,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반영하고, 고급 브랜드와 맞춤 의류 등은 부와 사회적 계층을 보여준다. 화려한 금속과 고급 소재의 사용을 통해 신분과 권력을 나타내며 상징성과 메시지도 담고 있듯 옷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 개인과 사회의 여러 의미를 담은 강력한 상징이다.

이 책은 서양 초상화 속 여성들의 의복, 액세서리, 헤어스타일 등을 통해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는 책이다. 패션 문화 전문가인 저자 김정연은 르네상스부터 19세기까지의 초상화에 등장하는 19명의 여성들을 통해, 그들의 패션과 삶의 스토리를 흥미롭게 전달한다. 단순한 패션 분석에 그치지 않고, 각 시대의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여성들이 겪은 속 사정을 보여준다.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기 위한 소품과 스타일을 통해 주체성을 확보하고 열정적인 삶의 변화와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다.

책 속에는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 읽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당대 시대적 상황과 여성들의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패션과 유행의 흐름이 읽혀 신선하고 새롭다. 코르셋 스타일이 현대 패션에서 다시 등장하거나, 미니멀한 디자인이 르네상스 시대의 실루엣을 차용하는 것 등, 오늘날의 패션도 역사적 흐름 속에서 변화하고 있으며 과거의 스타일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의복은 실용과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개인의 취향이나 신념을 나타내기도 하며 그 사회를 반영하는 관습 혹은 사상들 드러낸다. 초상화 속 의복은 신분과 계층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였다. 예들 들어, 귀족 여성들은 금실로 수놓인 드레스나 고급 벨벳, 실크 의상을 입었으며 이는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지위를 암시했다. 반면, 중산층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실용적 의복을 착용했으며 이는 그들의 경제적 상황과 사회적 위치를 보여준다.

의복은 한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반영하는데, 르네상스 시대에는 넓은 소매와 강한 색채를 사용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여성이 많았으나 반면 18세기에는 섬세한 레이스와 밝은 파스텔 톤의 드레스를 통해 우아함과 여성성을 강조했다. 당시 사회의 여성관 또한 엿볼 수 있는데,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는 여성의 의복이 종종 순결과 정숙함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높은 네크라인과 몸을 감싸는 형태의 드레스는 단정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당시 여성에게 사회가 요구하던 방향이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활동성을 고려한 디자인이 등장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역할 변화를 의복에도 반영시켰다.





루크레치아 크리벨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여성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인 '모나리자'와 종종 비교되는 '루크레치아 크리벨리의 초상'의 모델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중간 가르마를 탄 후, 머리를 뒤로 단정하게 묶은 모습으로 그려져 있고, 르네상스 시대의 전형적인 여성 헤어스타일을 반영한다. 그녀의 표정은 차분하고 신비로우며, 약간의 미소를 띠고 있어 관람자의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한다. 네크라인이 낮고 어깨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있으며 드레스의 색상은 어두운 톤으로 당시 상류층 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소매와 네크라인 부분에는 섬세한 자수나 레이스 장식이 더해져 있으며, 이는 그녀의 부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 얇은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고, 이는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멋을 더한다. 루크레치아 크리벨리의 초상화는 르네상스 시대의 패션과 미적 감각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정 시대에는 특정 색상이 부유층을 상징하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보라색 염료는 희귀해서 왕족만 가용이 가능한 적도 있다. 16세기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보라색 의복을 왕실 전용으로 지정하여, 왕족만이 이 색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또한 고급 직물인 실크, 모피, 금박 등을 사용한 의복 역시 상류층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대표적 수단이었다. 이러한 색상 제한이 당시 사회에서 신분과 권위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했는지도 알 수 있다. 패션은 부와 경제적 상황을 반영할 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의 영향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바로크 시대에는 화려하고 과장된 디자인이 유행했고, 로코코 시대에는 가벼운 색조와 섬세한 디테일이 강조되었다.

17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화려함이 유행하던 시기의 의복은 풍성한 실루엣과 장식적인 요소가 두드려졌으며, 여성들은 부풀린 소매와 치마, 금실이나 보석으로 장식된 의상을 착용했다. 이러한 스타일은 사회적 지위와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었으며, 초상화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잘 드러난다. 로코코 시대는 18세기 초반부터 중반까지 이어진 시대로 바로크의 화려함을 이어가면서도 더 가벼우며 우아한 스타일이 강조되었다. 마리앙투아네트는 프랑스 왕비로서, 그녀의 패션 감각은 당시 상류층 여성들의 세련된 취향과 사교 문화를 반영하였고, 의복은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상과 섬세한 레이스, 리본 등의 장식이 돋보이는 의상을 즐겨 입었다. 그 당시 여성들은 허리를 조이는 코르셋과 폭넓은 치마를 입었으며, 꽃무늬나 자연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 인기를 끌었다. 나름 세련된 취향이 돋보이고 사교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패션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역사 속 인물들의 의복을 통해 자신의 역할과 개성을 타나 냈듯이 현대인들도 옷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다. 이 책은 옷을 통해 시대와 문화를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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