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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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저자 이재훈 변호사는 예술 작품을 법률적 시각에서 분석하여, 예술과 법의 융합을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미술 작품에 담긴 다양한 사연과 사건을 법적으로 따져보며, 예술을 단순한 미적 감상의 대상이 아닌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된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예술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고 법에 대한 이해 또한 높일 수 있는 지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예술과 법이 어떻게 교차하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다. 법률과 예술이라는 두 분야의 접점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베르메르의 유명한 작품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저자는 그림 속 진주가 법적으로 보석인지 귀금속인지에 대해 논의한다. 이를 통해 일상적인 사물에 대한 법적 정의를 탐구한다던가, 꽃이나 과일 등을 조합하여 사람의 얼굴을 표현하는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작품을 통해 생성형 인공지능이 기존 작품을 학습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를 제기한다. 앙리 루소의 작품 '잠자는 집시'에 등장하는 집시 여인이 현대 사회에서 전입신고를 어떻게 했을지 상상하며, 주민등록법과 관련된 법적 절차에 관한 이야기도 다룬다.





또한 책에서는 실제 법적 분쟁과 예술 작품을 엮은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예를 들어 저작권 문제, 위작 논란, 경매에서의 법적 분쟁 등 다양한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낸다. 미술품 위작과 관련된 법적 분쟁 사례로 이중섭, 박수근 위작 사건에서 피고인이 위작을 진품인 것처럼 제시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통해 위작과 사기죄의 연관성도 살펴본다. 경매 사이트에서 낙찰된 후에도 그림을 계속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로 판결된 사례도 소개한다. 경매 이후 작품의 온라인 게시와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을 보여주는 경매와 저작권 침해에 관한 이슈이다.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예술과 법의 교차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 중 사고와 과오의 차이, 바흐와 백내장 수술에 관련된 내용이다. 의료 분야에서 사고와 과오는 구분되어 사용된다. 의료사고는 의료 행위 중 환자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를 말하며, 이는 의료진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과오는 의료진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를 말한다. 즉 의료과오가 있는 경우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모든 의료사고가 의료과오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는 1750년 백내장 수술을 잘 받았으나, 수술 후 시력이 악화되어 실명하였고, 이후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당시 수술을 집도한 존 테일러는 자칭 영국 왕실의 공식 안과 의사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의 수술법은 현대 기준에서 보면 미흡한 점이 많다. 그러나 당시 의학 수준과 의료 환경을 고려하면 그의 행위를 의료과오로 단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테일러는 수술 후 바흐의 상태가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수술이 성공적이었다고 홍보하고, 환자의 예후를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떠났다. 이러한 행위는 의료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비판받을만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테일러의 수술 실패 자체보다는, 수술 후 환자 관리와 관련된 그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법과 예술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저자가 유머와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내어, 비전문가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한다. 예술 작품에 숨겨진 이야기와 법적 이슈를 연결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독자들이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이재훈 변호사의 전문적 시각을 통해 법의 작용과 판단 기준을 배우는 동시에 예술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법에 관심 있는 사람을 물론이고 예술 애호가들에게도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될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어떤 주제를 다룰 때 단순히 표면적인 관점에서만 판단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와의 연관성을 탐구하며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 또한 저자의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예술 작품 하나하나를 법률적 관점에서 새롭게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배움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전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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