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까지 사랑받고 있는 시, 수필, 소설, 판소리 문학 등 다양한 작품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 우리 한식을 만나게 된다. 음식과 이야기를 버무린 이 책은 오랜 시간 소설을 짝사랑한 저자의 이야기이자 평생 영양학을 걸어온 삶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문학 속 음식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읽어 낼 수 있다니... 최명희 <혼불>소설을 통해 전라도 음식에 담긴 우리의 혼을 살펴보고 전라도 일상 음식, 세시 음식, 통과 의례 속 음식 이야기를 설명한다.
가을 추수가 끝나면 농가는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면서 겨울날 준비로 먹거리를 장만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장 담그기다. 우리 음식 문화에서 장이란 모든 먹거리의 기반이었다. 혼불은 장 담그는 날의 여러인들의 마음가짐과 장 담그는 법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장독대 모습을 아름답고 정갈한 언어로 재현해 놓았다. 지금은 보기 어려워진 장독대를 추억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박완서의 미망 소설을 통해서 잊힌 개성 음식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미망은 구한말부터 6.25 전쟁 직후까지 개성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개성상인이라는 특수한 계층의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개성 인감이 한국 대표 인삼이 된 데는 개성의 토양과 기후가 적합하기도 했지만 개성상인이 국내외 인삼 상업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 막대한 상업 자본을 집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경리의 토지를 통해서는 경상도 음식 문화에 담긴 '향'과 '혼'이 담긴 시대를 겪으며 서구 문물이 흔들어놓은 우리 가치관과 식생활의 변화도 알려준다. 이상과 심훈이 사랑한 한식을 살펴보고,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토끼전, 적벽가 판소리 다섯 마당을 통해 그 시대 삶을 읽어내는 민중 음식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 정서의 혼을 느끼는 작업이다. 역사 속에서 우리가 먹었던 음식을 통해 개성 가득한 한국인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안티에이징의 기본 습관으로 한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건강하고 자연친화적인 밥상이 주목받고 있는 시대이다. 인문학 작품을 통해 한식이 조명되고 더 빛이 나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