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 주어진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향을 찾아주는 안내서
나영웅 지음 / 지음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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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를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책 ‘구별짓기’는, 취향이 사회적 계급에 따라 구별되는 것을 밝힌 책으로, 우리가 익히 아는 일상의 문화적 취향에 따라 사람들의 계급이 극명히 구분되는 사례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기호라고만 여겼던 취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무형의 자본으로 확장되며,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문화, 학력, 관계가 곧 미래에 경제적인 수익을 만들어 내는 자본이라고 부르디외는 주장한다.

책에서 소개된, 부르디외가 자신의 저서에서 제시했던 기본 조사표와 취향 질문 예시들에는 평소 즐겨먹는 음식, 주로 참여하거나 관람을 즐기는 운동, 즐겨듣는 음악, 좋아하는 소설의 장르 등이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이러한 취향 질문을 직접 답해보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취향에 따른 사회구조적 환경을 파악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당시 서민계급, 중간계급, 상류계급을 나누어 특정 사진이나 작품을 보고 대답의 유형을 구분 짓기도 하였는데, 서민 계급의 대답은 느끼는 그대로의 단순하고 직선적인 답변이 많은 반면, 상류 계급으로 갈수록 사진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배경, 작품 내의 심미적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였다.

소비를 가르는 것은 예술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교양의 깊이라고 주장한 부르디외는, 이러한 문화 자본은 가정/학교/환경에 의한 교육을 통해 작품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게 만들기에, 개인의 취향이 단지 개인의 자유 의지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환경이 결정짓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한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그 아이의 많은 요소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되며, 이러한 사회환경이 그 아이의 취향을 상당 부분 결정한다는 것이 부르디외의 주장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나의 취향이 아닌 사회가 요구하는 취향의 범위에 갇혀서 스스로의 선택을 정당화할 때가 있다. 100만 원이 넘는 아이폰 신품을 추구하는 모습, 특정 브랜드의 가방 또는 옷을 사거나 구하려는 청소년들의 모습들은 이러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계급도의 중간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삶이 과연 아름다운가 저자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정된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진 것 이상의 허영을 부리며 누군가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지켜내는 과정은 결코 행복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취향’을 달성해야 하는 계급 상승의 목표가 아닌 나의 삶을 충만하게 해주는 문화로 받아들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나의 취향은 누군가의 이해가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불가침의 영역이다. 저자가 책에서 설명한 책 ‘19호실’에 등장하는 주인공 수잔이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인 19호실은, 사회적 기준과 관계없이 오직 나 자신만이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마음의 성역이었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고, 이를 갖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누구에게도 아부하거나 사정하거나 사회의 의식을 할 필요가 없는, 자기 자신의 몸과 정신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야 진정으로 자신과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사회가 정해놓은 계급도와 틀 안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취향을 쫓지 말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취향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채 나만의 색을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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