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에서는 군중의 의미, 군중심리의 특성, 군중의 형성 과정 및 군중이 가지는 영향력에 관한 내용을 밀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의 사회와 정치적 상황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치명적인 결함들도 곳곳에 보입니다. 현대의 심리학이나 사회학에서는 비판적으로 평가되기도 하죠. 르봉의 군중 개념은 너무 단순하고 일반화되어 있으며, 군주의 다양성과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엘리트주의에 입각해 바라보면 혐오와 차별주의가 난무하고 여성과 어린이를 하위계층으로 낙인하는 등 책 전반에서 불합리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엘리트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가진 사람이라는 전제와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여 작품을 읽고 분석해야 오해가 없겠습니다.
르봉은 군중심리의 특성을 이렇게 말합니다. 군중은 개인이 모인 집합체이지만, 개인의 특성은 무시되고 군중의 특성만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르봉이 관찰한 군중은 뚜렷한 목적을 지니고 집단정신을 형성한 일시적 조직체입니다. 군중은 이성적이지 않고, 감정과 충동에 지배받으며 군중은 쉽게 선동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군중은 지도자나 선도자에게 맹목적으로 따르며, 그들의 말과 행동에 강한 동조성을 보입니다. 똑똑한 사람들 역시 여느 군중과 마찬가지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둔한 결정을 내리기 일쑤라는 점에서 개인의 지적 능력은 집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군중 심리는 세계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데요, 군중의 정서적 심리적 역학에 의해 촉발된 프랑스 혁명, 대규모 히스테리와 집단 역학이 개인행동에 미친 살렘 마녀재판, 유대인이 학살된 홀로코스트,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발생한 시위와 봉기 아랍의 봄, 정치 집회의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 역사에서도 민주주의의와 인권에 대한 열망을 표출한 광주 항쟁이나 군중의 집단적 분노와 슬픔은 책임과 개혁에 대한 요구를 부채질한 세월호 참사 등을 볼 수 있답니다.
르봉의 군중심리는 19세기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실생활에 곧바로 적용하여 사회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여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군중심리는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군중심리는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라 그 자체를 나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부정적인 군중심리가 발현되지 않도록 개인의 주제적인 반성과 자각이 필요하고 올바른 사회가 될 수 있는 비판능력 또한 갖추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