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조선의 토지 제도를 살펴보면서 작은 특권이 어떻게 거대한 불평등을 만들어내는지 추적해 나간다. 개혁 과정에서의 타협과 비정상의 관습화는 마침내 조선이 설계했던 '땅의 고른 분배를 통한 노동 중심 경제 구조'를 '부동산 중심 경제 구조'로 변형시킵니다. 소득의 상당분에 감당하지 못할 빚까지 내어 땅에 부었고, 그럴 여유도 없는 사람은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며 간신히 의식주나 해결하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19세기 조선의 단면입니다. 수백 년간 부동산 불평등이 누적된 결과였죠. 슬프게도,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p185)
2부에서는 한양을 중심으로 조선 주택 거래 역사를 살펴본다. 한양에서는 좁은 땅뙈기에 자리한 작은 집 한 채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은 지금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신분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주택난에 시달리고 오늘날처럼 전세금 반환 문제로 집주인과 다툼이 있었다. 조선은 실거주 우선을 원칙으로 땅을 분배했기 때문에 민가를 철거한다면, 그들이 살 수 있는 다른 공간을 지급해야 합당했다. 하지만,..... 조선의 철거 사례에서도 보상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지금의 종로구 탑골공원에 있던 절 원각사의 창건을 추진하는 사례도 참으로 흥미롭다. 보이지 않는 힘의 관계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
조선은 한양의 주택난과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하고자 했을까.
부동산 정책은 과거나 지금이나 아주 예민한 문제이다. 규제와 더불어 장기적인 철학이 담긴 부동산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거안정성 향상을 목표에 두고 지속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규제 역시 처음 만들어졌을 때 품었던 선의대로 최대한 발현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