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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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보도국에서 사회부 기자로 일하며 수많은 범죄, 재해 등을 취재하고, 사건의 감춰진 맥락을 복원하는 데 집중한 저자는 인권의 의미를 확산한 공로를 인정받고, 왜곡된 역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상당한 공헌을 했던 인물이다. 외신을 통해 한국의 참사와 학살을 보도하기도 하고 지구촌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아픔에 귀 기울이고 관심을 놓지 않는 의리 있는 프리랜서 기자로 슬픔을 다루는 데 서툰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보고자 애쓰는 모습에 감사하며 책을 읽었다.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특히 사진이나 영상매체를 활용하는 기자라면 '보이는 고통'을 만났을 때 기록하고 촬영해서 독자와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본능을 억누르기 어렵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고통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뉴스를 전달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이 지면과 화면에 잘 옮겨진 타인의 고통을 수집하고 감상하는 사이에 '보여줄 수 없는 고통'과 '보이지 않는 고통'은 상대적으로 소외된다. (p96)




매일 쏟아지는 자극적인 뉴스를 시청하면서 어느새 타인의 고통에 무뎌지고 있다. 타인의 고통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우리는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무뎌진 감정이 공감인 건지 구경꾼인 건지 모호한 경계에 서있다. 이런 의식은 누군가가 나서서 깨워줘야만 한다. " 뉴스는 수수께끼를 보여줄 뿐,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다"라는 저자의 묵직한 한 방은 보도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는 불씨가 되어 우리 안의 윤리를 재정립하게 한다.

같은 이름의 다른 고통을 막기 위해 일어선 사람에게

공동체가 함께해 줄 수 있는 것.

'왜', '무엇을', '어떻게' 와 같은 이야기의 구성 성분을 완성하는 것.

즉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263-

고통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타인과 세상을 향한 정직한 목소리와 진실한 공감이 어떤 작용을 하게 되는지, 고통을 통해 몸부림치는 타인이 곧 나의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세계는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나의 슬픔처럼 분명하지는 않지만, 수면 위에 드러난 채 일렁이는 공동체적 슬픔을 결코 묵인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고통이 더 이상 고통으로 남지 않고 숭고한 고통으로 치유하려면 언론의 영웅담의 소재가 아니라 우리 모두는 제대로 슬퍼하고 그 슬픔의 무게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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