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화학 교수였던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가 양조업자의 부탁으로 맛이 시큼하게 변해버린 와인 연구를 시작하면서 면역학의 위대한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파스퇴르는 정상적인 와인과 신맛이 나는 와인 속에서 서로 다른 모양의 미생물이 서식하는 것을 발견했고 미생물에 의해 술맛이 변질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생물이 우리와 무관한 그림자 같은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먹는 음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기 시작한 중요한 순간이었다.(P 56)
백신을 맞지 않은 양들만 처참하게 죽어갔던 탄저균 백신 공개 실험의 결과로 인해 파스퇴르는 단번에 영웅 과학자가 되었고 백신 연구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면역 세포가 모든 외부 물질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수많은 미생물과 공존하고 있으며, 식사를 통해 꾸준히 외부 물질을 몸 안으로 밀어 넣고 있음에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 따라서 면역계가 인체의 모든 외부 물질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성이 있는 외부 물질만을 공격한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능하다. 문제는 우리 면역계가 감염성이 있는 물질을 어떻게 감별하는지를 이론적인 가설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것이었다.(P 97)
우리는 살아가면서 병원균, 발암물질, 독소 등 수많은 항원의 공격을 받는다. 하지만 인체는 거기에 맞는 항체를 척척 만들어 우리를 보호한다. 우리는 이처럼 다양한 항체를 어떻게 만들어내는 것일까? ... 버넷은 미생물 항원이 침입했을 때 우리가 갖고 있는 수많은 면역 세포 중 하나가 선택되며, 선택된 세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세포들은 하나의 면역 세포에서 만들어진 쌍둥이 세포들, 즉 클론이다. 이처럼 면역 세포 클론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을 클론 팽창이라고 한다. (P178) 인간은 자신이 평생 만날 수 있는 모든 항원에 대한 항체를 갖게 되고, 우리가 평생 사용할 항체가 우리 몸 안에 미리 들어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고 신비롭고 위대하게 느껴집니다.
이 책은 단순히 면역에 대한 지식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면역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재치 있는 그림까지 더해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대 면역학자들의 핵심적인 생각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우리 몸의 면역계가 수행하는 다양한 면역작용들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생활 습관과 규칙만 잘 지켜도 주변에 노출되어 있는 병원체로부터 우리 몸을 튼튼하게 보호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도 스스로 면역에 대한 인식을 하고 검증되지 않은 의학 지식과 영양제의 남용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할 것이며, 예방 접종과 좋은 식습관, 그리고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무한 도전을 기원하며 일독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