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우리가 내리는 의사결정이나 편향이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기술적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인간의 직관적 판단과 의사결정의 심리적 성격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이 일상 속에서 내리는 수많은 판단과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책은 10년 전에 초판이 출판되었고 2012년 이후 '의사결정의 심리학'에서 발전을 거듭하여 축적된 다양한 연구 결과들, 새롭게 발표된 '넛지', '집단적 차원의 확인의 편향', '시간 지각과 의사결정' 등의 이론들, 여러 학자들의 피드백 등을 반영하여 개정판이 출시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 보면 지난 10년간 어떠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의 심리에 관한 이론이 변해왔으며, 어떤 새로운 발견들이 있었는지 등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우리의 매일매일은 의사결정 과정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하루에도 정말 수십, 수백 개의 오류와 편향을 통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것이 잘못됨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경제학 관점에서 의사결정자의 유일한 목표는 의사결정과 관련된 편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순편익(수효용)의 극대화입니다. 그러나 허버트 사이먼은 이러한 관점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현실적으로 인간이 가진 정보 처리 능력의 한계 때문에 의사결정을 통해 순효용을 극대화하는 최적화 과정은 불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제한된 인지적 능력과 주어진 환경 내에서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만한 효용을 얻고자 노력한다고 합니다. 또한 이때 우리는 너무 많은 인지적 노력이 투입되는 것을 손실로 보고 (인지 비용) 의사결정의 정확성과 인지적 노력 사이에 타협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의사결정은 상황이나 맥락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주어진 상황에 대해 적응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합니다. 저 역시 수험생활을 할 때를 생각해 보면 인지적 노력을 극소화하기 위해 매일 입는 옷을 정해두고, 같은 음식을 먹고 하루의 생활 루틴을 통일하여 오로지 의사결정은 공부에 한 해 정확도를 높여갔던 것 같습니다.
'감성 휴리스틱'에 관한 챕터도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신경학의 연구에 따르면, 뇌 손상을 입은 사람들 중 인지적 기능(논리적 사고, 기본 지능, 기억)은 전혀 손상을 입지 않고 전두엽 중에서 행동 결과와 자신의 감정을 연결하는 부분에만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을 때, 분석적인 사고를 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음에도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합니다. 이는 감성이 인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의미합니다.
'감성 휴리스틱'은 대안에 대해 의사결정자가 매우 빠르게 자동으로 갖게 되는 감성적 반응으로 판단이나 선택을 수행하는 의사결정 방식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큰 통에 조금 모자라게 들어있는 아이스크림보다 작은 통이어도 넘치게 담겨있는 아이스크림을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에 살 의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동차를 살 때 연비, 안전성, 디자인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지만, '자녀의 안전' 등의 문구가 옆에 적혀져 있을 때에는 자신의 아이가 안전성 낮은 자동차를 타고 사고가 나는 상상을 무의식에 떠올려 안전성 위주로 판단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감성 휴리스틱을 이용해 마케팅이나 판매 전략을 세우는 것도 소비자의 소비행태를 좌우할 수 있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외에도 대상과 그룹 전형 사이의 유사성에 의존하는 '대표성 휴리스틱', 어떤 사건의 빈도나 확률을 평가할 때 얼마나 쉽게 그 사례를 자신이 떠올릴 수 있는지를 통해 판단하는 '이용가능성 휴리스틱', 주관적으로 확실하지 않은 수치를 추정할 때 자신에게 친숙한 기준치를 중심으로 조정해나가는 '정박과 조정 휴리스틱' 등 다양한 휴리스틱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휴리스틱은 사람들에게 그다지 많은 인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고, 무작위의 사고보다는 대체로 진실에 근접한 확률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의사결정자가 논리적 비약, 성급한 일반화 등의 체계적인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높기에 우리는 의사결정자로서 휴리스틱이 가질 수 있는 함정을 기억하고 이를 피하는 연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내리는 중요한 판단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어떤 의사결정 구조 아래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올바른 의사결정으로의 조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자는 마지막 챕터에서 사람들의 의사결정은 결국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저술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미래에 하게 될 경험에서 무엇을 느낄지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정확한 예측을 따르는 의사결정 방해 요소들을 파악해 그러한 요소들의 영향을 극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학습된 선호 (높은 소득이 낮은 소득보다 좋다)보다는 내재적 선호 (필라테스가 헬스보다 좋다)를 만족시킬 수 있는 활동들에 자신의 자원을 더 많이 배분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현재와 앞으로 경험할 미래에 행복하기 위해서 지금 어떤 활동들이 필요한지를 돌아보고 자신이 매 순간 내리는 의사결정에 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선택들에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알아보고 뇌가 결정을 내릴 때 어떤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는지 궁금하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