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100년 조금 넘은 우리나라 근현대의 산문, 문장의 역사이지만, 고난의 연속이었던 만큼 원문을 찾기도 어려운 작품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또한 시인 소설가 미술가 음악가 언론인 등 대부분 유학까지 다녀온 고학력에 사회 지도층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던 인물들의 뛰어난 글들 중에서도 읽다 보니 친일이나 부왜의 흔적이 남아있는, 고통스러운 역사 속에서 부끄러운 흔적을 남긴 작가들의 글도 많아 일일이 삭제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반대로 한글학자들의 흔적을 찾다가 새롭게 알게 된 여러 작가들, 불멸의 이름들도 존재하기도 하였습니다. 엄청난 열정과 노력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을 분들을, 이러한 수고를 대신하여 소개해 준 이 책의 편집자 윤 작가에게도 너무 고맙고 책 한 권으로 46명의 위인들을 만나볼 수 있음이 영광이었던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을 울렸던 우리나라 최고의 정치인이자 독립운동가이신 김구 선생님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읽으면서 과연 명문 중 명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했던 김구 선생님은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경제력도 아닌,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 넉넉하다고 하신 말씀은 21세기 지금도 유효한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는 현재의 물질력이 세계 인구가 편안히 살아가기에 부족한 것 같아 계속된 발전을 거듭해나가는 것일까요. '증오와 미움, 투쟁의 정신을 버리고 화합의 건설을 일삼을 시기이기에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가 크게 마음을 고쳐먹기를 빌지 아니할 수 없다;는 김구 선생님의 소원을 아직도 이루지 못한 듯하여 씁쓸함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이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요,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
- 김구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중 -
마라톤의 영웅 손기정을 직접 지도한 마라톤부의 코치이신 김교신 선생님의 찬가도, 서대문형무소에 있을 때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부끄러워하는 내용을 담은 심훈의 <조선의 영웅>, 여성 기자였던 소설가 송계월의 헤이그 특사 이준 열사의 부인 집을 방문한 내용을 담은 글 등 정말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내용을 담은 글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감동을 노리고 명언들을 나열한 것이 아닌, 위인들의 솔직한 생각과 느낌을 담백하게 담긴 글들을 실어 더욱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작품들도 있고, 그 속에서 고뇌하던 지식인들의 모습이 담긴 문장들, 오늘날까지도 울림을 주고 반성할 부분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가들의 말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대문학을 정말 많이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만이 엮을 수 있는 '산문 컬렉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윤 작가의 표현과 같이 현대사 속 '문장 순례'를 떠나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