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올림포스 신 열두 명을 시작으로, 다양한 신들을 소개합니다. 어릴 때 읽었던 신화의 기억의 파편들이 모여 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기분을 느끼며 재미있게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신'이라는 존재가 신성함을 지니고 있으나, 신과 인간 사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음을 느껴질 만큼 인간의 욕망과 본성이 투영된 존재들이었습니다. 제우스는 탁월한 통치술과 수많은 부인들을 둔 인간 사회의 제왕을 보여주고, 바람난 제우스(남편)에게 복수하고 투기를 일삼는 헤라, 도둑과 사기꾼을 닮은 헤르메스, 인간의 증오를 닮은 아레스,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담은 아프로디테, 현명과 지혜로움을 담은 아테나, 유흥과 기쁨을 닮은 디오니소스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묘사되었습니다.
그리스 신화는 신과 인간 사이의 사랑, 신과 신끼리의 사랑 등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로 가득한데, 비극적이고 잔인하지만 신비로운 '사랑'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스토리입니다. 신화 속 연인들, 그리고 그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여러 영웅들에 대한 소개도 담겨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최고의 영웅 헤라클레스, 마성의 음악가 오르페우스,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 메두사를 죽인 페르세우스 등 다양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 영웅들에게도 영웅적인 면모와 함께 욕망과 부정적인 면들이 공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인간적인 신'과 '인간 영웅'들 앞에서 위축되지도 욕망을 숨기지도 않은 채,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신화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중간중간 태양계 행성들의 이름과 신들의 이름의 연관성, 일주일의 개념의 등장, 별자리의 유래, 유명 프로 클럽의 이름의 유래, 다목적 세제 이름 '아약스'의 유래, 다양한 미술작품 속에 묘사된 신화 속 이야기 등 현재와 관련된 부분들은 신화를 단순히 픽션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아직까지도 오늘날 우리에게 다양한 방면에서 영향을 주고 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가 예술과 학문에 있어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이 신기하여 관련해 찾아보니, 철학자들의 비판과 성찰에 의해 끊임없이 단련되고 예술가들의 손길로 조각과 그림으로 형상화되면서 현재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또한 신화학자들에 의해 수집, 정리되며 재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그리스와 로마 시대를 넘어 르네상스 이후 근/현대 유럽 문화에 걸쳐 지속됩니다.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는 유일신을 섬기는 기독교와 달리 다신주의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책 속에 소개된 수백 명의 신들, 영웅들, 그리고 새로운 신과 토착 신 사이의 관계 정립 과정을 통해 이방의 신을 배척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개방적인 자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개방성과 다양성을 토대로, 새로운 신에 대해 배타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성격 또한 신화가 널리 전승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의 추억을 느끼며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