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다의 인문학 - 아주 사소한 이야기 속 사유들
박홍순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11월
평점 :

수다는 솔직하고 편안한 소통이죠. 자연스럽고 익숙한 행위로 매일 누군가와 수다를 떨어도 질리거나 체할 것 같지 않은 기분 좋은 이야기들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따뜻한 차나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웃고 떠들던 수다는 팬데믹으로 더 간절한 그리움이 되었죠. 우리는 사회적 동물로 타인의 존재 없이 홀로 사는 것이 어렵습니다. 끊임없이 타인과 교류하고 소통하며 부대끼며 살아야 삶의 활력을 얻는 것 같습니다. 수다 중 가장 멋진 수다는 뭘까요. 책을 읽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책 수다 참 매력 있고 멋진 것 같습니다.
수다를 잡답 이상으로 끌어낸 책이 바로 수다의 인문학입니다. 수다에서 흘러나오는 화젯거리의 이면을 파헤쳐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 이 책은 결코 인문학이 어렵거나 진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일상에서 접하는 작은 이야기는 그 자체로 절실한 삶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인간과 사회를 만나는 중요한 통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흔한 수다, 문화 흥미를 돋우는 수다, 술자리에 정치 수다 이렇게 3부로 나누어 한바탕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지금은 먹방 전성시대이죠. 단순히 먹방의 수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시적 먹방 문화와 로마의 회화 작품 만찬을 가져옵니다. 로마의 만찬은 황제와 귀족 등 부유층만의 전유물이었다는 것, 실제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한 번에 손님을 600명씩 초대하는 만찬을 즐겼다는 사례, 카이사르 황제의 거대한 만찬으로 로마 시내의 식료품 가게가 동났다는 이야기, 이에 반해 한국의 먹방 문화는 모든 계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차이를 알려줍니다. 나눔의 성격을 가진 원주민 먹방 문화도 알려주면서 인문학적 근거를 토대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의 먹방문화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진기한 현상으로 사회 변화와 심리 상황을 연결 지어 프로이트의 본능적 욕구로 이어갑니다. 사회적인 심리이자 집단적인 신경증의 증상이 아닐까 하는 우려까지 이어지는 현상이 저자의 눈을 통해 보니 새롭게 보이더군요.
꼰대, 어디서나 접하는 신조어 현상, 문화와 생활을 만나는 벼룩시장, 사랑과 결혼 이야기, 케이컬처와 국뽕, 소비사회의 속성, 음모론의 실체, 정치인의 거짓말과 권력의 속살, 관료 집단의 분석 등 다양한 주제로 맥락이나 사회구조로 이야기의 지평을 확장해 줍니다. 일상 속 수다가 더 이상 잡담에 그치지 않고 지식의 확장과 교양의 향기로 가득한 시간이 될 수 있는 행복한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 <수다의 인문학>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