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제목을 보고 나서 바로 드는 생각이 '저건 나인데'였습니다. 나 역시 빨리 시청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기본 뼈대 스토리는 알고 가지만 분명 디테일함은 놓치는 부분이 있을 것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빨리 시청의 이유는 많은 작품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가장 큰 것 같아요. 매달 들어가는 비용인에서 원하는 만큼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방대한 작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마음과 시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마음이 작용하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영화관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수동적인 자세로 관람했지만 코로나 이후 상황은 정말 달라진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는 속도와 편집의 형태로 관람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이나다 도요시는 2~4학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학생들의 콘텐츠 시청 습관을 조사했더니 87.6%가 빨리 감기 시청 경험을 갖고 있었고, 이를 토대로 칼럼과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콘텐츠 시청 습관을 가지고 사회 전반의 트렌드 변화를 짚어주고 요즘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빨리 감기 현상 이면에 숨은 변화는 과연 무엇일까요. 빨리 감기 시청은 소비자의 진화가 만든 결과이고, 그것을 주도한 것은 디지털 네이티브이자 Z세대라면 앞으로도 확대될 수밖에 없는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3장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상황, 심리, 욕망을 담고 있습니다. 한 가지 재주가 뛰어나 대체할 수 없는 스페셜리스트의 시대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 세대들의 치열함이 느껴집니다. 4장은 정보가 편향되어 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예상하는 대로 흘러가는 전개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관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5장은 리퀴드 소비의 수요가 많아지면 콘텐츠 제작자는 비즈니스에 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입니다. 눈앞의 콘텐츠에 자신의 시간을 얼마나 들일 수 있을지에 민감한 시청자들을 결코 외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영상 콘텐츠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날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영화 감상이 아니라 콘텐츠 소비로의 변화는 우리 사회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까요. 빨리빨리 문화가 유난히 심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현상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개인의 감정과 감성의 영역에는 문제가 없는 걸까요. 트렌트의 변화에 따르는 개인은 저마다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남들과 차별화되고 싶은 강한 심리와 개성이라는 족쇄에 채워진 욕망은 없는 것인지, 실패라는 두려움과 인싸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효율성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삶도 때로는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