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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 세상을 다스린 신들의 사생활
토마스 불핀치 지음, 손길영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완벽하지 않은 인간처럼 신들의 세계도 온갖 희로애락의 감정을 겪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위로와 공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는 상당한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고 또 확보해 주기도 합니다. 실제 원문을 읽기는 쉽지 않았고 대부분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작가의 시선에서 풀어놓은 지루하지 않는 버전이었던 터라 인생의 지혜를 얻거나 깨달음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치기는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버전이든 책을 통해 저자의 전달을 수동적으로 흡입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내 것으로 변형하고 내 삶에 응용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토머스 불핀치 오리지널 완역본을 한 벗 맛볼까 합니다.
토머스 불핀치는 미국 보스턴 근교 태생으로 고전학자입니다. 아동들을 위한 구제 사업과 노예 폐지 운동에 적극 지지자였고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다 생을 마감했습니다. 미국 산업혁명 시대를 살던 그는 실리적인 시대에 고대의 신화와 전설 속에서 높은 정신성과 풍요한 인간성을 찾아야 한다고 외쳤고, 고전과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신화란 말 그대로 인간들의 욕망 희망 두려움 등을 투사해 창조한 신비로운 이야기입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형식의 변화가 갖춰지며 신화적 인물이 하나의 표상이 된 것이죠. 그렇다 보니 신화의 기원과 성격은 규명하기 어렵습니다. 신화를 믿는 현대인은 없지만 문학, 철학, 사학, 예술 등 다양한 학문에서 직간접적으로 차용되고 있어 우리에게 아주 친숙합니다. 만약 전지전능한 신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책이라면 시대의 고전이 되긴 어렵겠죠.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우리 인간 군상을 대입해서 펼쳐보기 좋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는 초월적인 능력이 없지만 그 능력을 갖추고도 투쟁, 모험, 시기, 질투가 움직이는 신들의 세계에서 팽팽한 긴장감과 지혜, 혜안을 얻을 수 있어 고전인가 봅니다. 나이가 들어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확실히 읽게 되는 관점이 달라지고, 제우스나 헤라, 피그말리온에 대한 시선도 달라 보입니다. 단순하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던 그들의 행보가 어쩌면 현명한 전략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도 들더군요.
우리 인생은 기나긴 항해와도 같습니다. 거친 풍랑을 만나 배가 뒤집어지기도 합니다. 한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욕망을 항해하는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통해 다시금 내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시련을 헤치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존재로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잃지 않아야겠습니다. 어떤 유혹과 환대에도 주체적인 나의 삶을 위해 흔들림 없이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을까요. 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