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클래식 - 음악을 아는 남자, 외롭지 않다
안우성 지음 / 몽스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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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명반을 한참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결혼하고 몇 번의 집 정리 후 이제는 단 한 장도 남은 음반은 없다. 굳이 소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듣고 싶으면 컴퓨터나 휴대폰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모든 곡을 다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쳐 알지 못했던 곡까지 클릭 하나로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클릭 하나면 되는 그런 편리함 속에서 예전 같은 정성은 없어졌다. 클래식 장르는 점점 찾아 듣지 않게 되고, 가볍고 경쾌하고 트렌드에 맞는 음악을 쫓다 보니 어느새 클래식은 내 일상에서 한참 멀어져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스토리가 얽힌 곡은 잊히지 않듯 나에게도 그런 클래식 선율들은 선명하게 귓가에 맴돈다.

바리톤 안우성 저자는 독일 국립 음대 석사 과정,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후 독일, 이탈리아, 영국에서 오페라 다수 작품에 주역으로 출연하고, 오라토리오 독창자로 협연, 국제 콩쿠르에서 수차례 수상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가진 클래식이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음악을 통해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음악을 통해 치유되거나 회복된다는 것은 감정이 결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젠틀맨의 조건을 풍부한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전제한다. 남자는 다양한 감정을 나누는 데 있어서 서툴다. 사회적 분위기가 점잖고 과묵한 중년 남자를 젠틀맨의 표준처럼 여기고 있어서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드러낼 줄 알고, 예술의 감동을 온몸으로 적실 줄 아는 남자를 향해 클래식 음악을 전하고 있다. 음악을 아는 남자, 인생을 향유할 줄 아는 남자는 일단 멋있다.

첫 장부터 독일 가곡에 대한 칭찬으로 시작한다. 가곡을 오페라와 같은 반열에 올린 디스카우는 저자가 가장 사랑하는 독일인 바리톤이다. 카리스마 있는 디스카우의 목소리로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 중 한 곡을 바로 들어 볼 수 있다. 저자는 해박한 음악 상식과 지식을 바탕으로 각 장마다 예술가들의 생애와 일상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play list를 편성하고 각각 큐알(QR) 코드를 수록하여 음악을 바로 감상할 수 있다.

배경 스토리를 알고 음악을 들어보니 더 깊은 울림이 있다. 이미 귀에 익숙한 곡들도 제법 많다. 음악도 좋지만 예술가들의 삶의 철학이나 태도도 참 배울 것들이 많다. 첼로의 성자 카살스의 인터뷰처럼 매일 끊임없이 연습으로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성실함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느끼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자신이 모르는 것은 틀렸다고 여기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때로는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해보는 삶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계기를 갖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예술을 대하는 태도뿐 아니라 일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자세이기도 하다.

 

 

 

자랑스럽게도 이 책에서 우리나라 예술가 세 명의 연주도 만날 수 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브람스 교향곡 1번 작품 68 > 을 감상할 수 있고, 한국적 리얼리즘 가곡의 대표작 <명태>라는 작품을 바리톤 오현명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작품 13> 을 음미할 수 있어서 저자의 말대로 소름 끼치고 오글거리는 순간을 만났던 것 같다. 결국 예술이 주는 감동이란 이런 묘미가 있구나 감탄하면서...

인생의 어느 시기도 음악을 함께 하지 않는 시기는 없는 것 같다. 기쁠 때, 슬플 때, 즐거울 때, 고독할 때, 어떤 상황에서든 음악은 우리 삶의 동반자이자 치유자이다. 오랜 시간 내 삶 속에서 버무려져 숙성된 음악이 클래식이다. 클래식은 처음엔 어렵게 느껴지지만 알고 들으면 깊이 가슴을 휘젓는다. 하루 한 곡 이 책 장의 플레이리스트를 내 귀에 선사하는 것도 새로운 기쁨이 될 것 같다.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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