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대형 서점 부럽지 않은 경주의 동네 책방 ‘어서어서’ 이야기
양상규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9월

서점 나들이는 도서관 나들이와 다른 색깔이다. 적당한 소음과 자유롭게 들려오는 음악과 살포시 코를 자극하는 커피 내음,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 인쇄소에서 세상으로 잉태된 빳빳한 새 책들은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며 꽂혀 있다. 이곳이 바로 서점이다. 반면 도서관은 고요하다. 나의 발걸음 소리가 방해가 될까 싶어 살포시 걷게 된다. 그저 책장 넘기는 소리로 공간을 채우고 있다. 반응 좋은 책은 인기를 말해 주듯 애서가의 손길로 책의 귀퉁이가 닳고 흔적을 담고 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책꽂이에서 자태를 드러내고 있거나, 이미 누군가가 차지해 그 위치가 비어있거나... 어찌 됐건 책이 있는 공간은 지혜의 공간에 함께 하고 있다는 충만감이 좋다. 최근 책방들은 책방 지기들의 개성을 반영해서 독특한 매력으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영상매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현대인들은 뇌의 불균형과 인지 정서 능력이 떨어지고 사회성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대한 치료법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라고 생각한다. '어서 어서 책을 처방합니다'라는 처방전을 받을 현대인은 상당히 많을 것이다. 저자는 어디에나 있는 서점들 사이에서 톡톡 튀는 개성으로 어디에도 없는 서점(어서 어서)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 개성을 돋보이는 다양한 요소들로 책방 공간을 채우고 있지만 어서 어서의 마스코트인 독특한 약 책봉 튀는 신선하고 참신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아날로그적 소품을 활용한 인테리어 감각뿐 아니라 직접 손으로 매출을 기록하는 계산 방식에서도 저자의 여유와 철학이 엿보인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적극적이고 자신의 뚜렷한 소신을 가지게 된 사나이. 어릴 때는 보이지 않던 경주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어 이곳에 터를 잡았고, 더 많은 변화가 경주에 유입되어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고 싶은 소신을 지닌 젊은 혈기의 책방지기다. 빠른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한 템포 쉬어가는 작고 아담한 공간으로 자리 잡은 저자의 경주 동네 책방은 나도 꼭 가보고 싶은 목적지로 담아두었다.

저자의 말처럼 인생에서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기회를 잡으려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 준비란 완벽한 것이 아니라 탄탄한 밑천의 경험을 꾸준히 지속하는 하는 것이다. 루틴한 삶을 인내하고 이겨내는 끈기 있는 힘이 그 어떤 기회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꾸준한 하루의 일상이 쌓여서 커다란 한 사람의 역사를 써나갈 테니까.

무엇보다 경주에서 책방 운영을 하면서 소장한 책들을 다 읽어 보고 판매하겠다는 저자의 의식이 맘에 들었다. 책방 주인으로서 철저한 책임자의 자세도 맘에 든다. 서점의 본질은 책을 판매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손님들과의 공감과 소통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인생은 예기치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코로나의 직격탄으로 서점을 닫을 뻔한 상황까지 왔지만 다행히 살아난 서점 '어서어서'. 변화에 맞서 또다시 희망을 가지고 두 번째 중고서점 '이어서'를 꿈꾸고 있다. 저자를 응원하며 책을 통해 저자와의 인연을 맺었으니 꼭 방문해 볼 것이다.

*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무상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