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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 영국 보수당 300년, 몰락과 재기의 역사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9월
평점 :

21대 총선은 우리나라에서 ‘보수’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를 대표했던 미래통합당은 진보적 성향의 20대와 30대는 물론이고,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고 여겨졌던 40대와 50대에서도 진보적 성향의 더불어민주당에게 지지를 빼앗겼다. 그야말로 진보의 스펙트럼이 중장년층까지 확대된 것을 의미하는데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된다면 진보의 20년 장기집권론이 어쩌면 불가피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보수에게는 그야말로 절대절명의 위기인 것이다.
이 책은 대표적인 보수 정치학자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가 영국 보수당의 300여 년에 걸친 몰락과 재기의 역사를 서술한 것으로 무너진 한국의 보수가 다시 일어설 수 가능성과 방법을 찾기 위한 해결책에 대한 방편으로 충분히 읽어봄 직하다고 생각한다.
1670년대 ‘토리’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영국 보수당은 초기에는 귀족과 농촌 지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출발하였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급진적 개혁을 주장했던 자본가나 도시 노동자가 새로운 주류 계층으로 등장하였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치른 뒤 지금까지도 ‘보수’의 가치 아래에서 영국의 강력한 여당으로 존재하고 있다.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이름을 바꾸면서 사라지는 한국의 보수 정당들과는 달리, 당명을 바꾸지도 않으면서 300년 넘게 권력의 중심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340여 년의 보수 정당 역사에서 대략 4분의 3기간 동안 집권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위기를 겪을 때마다 철저한 자기 개혁을 감행해 화려하게 재기했던 역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1830년대 로버트 필 시대에 지지 기반인 지주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곡물법을 폐지하는 개혁 정책을 추진하면서 보수당으로 개칭하였고 1920년대 스탠리 볼드윈 시대 때는 노조와 노동당을 끌어안는 ‘새로운 보수주의’ 주장해 극우, 극좌가 출현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였다. 최근에는 1980년대 철의 여인 대처 수상이 자유주의를 내세워 노조 파업 진압하고 ‘영국병’을 치유하였다.
‘보수’라는 독단적인 이념보다 선거 승리를 통한 권력이라는 실용적인 목표에 변화하는 현실에 스스로를 맞춰온 타협 방식이 지금까지 보수당이 탄탄한 정치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유권자의 지지를 받은 시대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외연을 넓혀가려고 계속 시도함으로써 보수당은 폭넓은 사회적 이해관계를 대표할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진 한국의 보수정당이 재기를 위해서 바닥에서부터 변해야 할 이유를 이 책 안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다. 타산지석이란 사자성어가 적용될지는 모르겠으나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모든 정당에게 요구하고 싶다. 걷고 있는 지금의 행보를 돌아보고 반성과 방향을 물어보기를...
*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무상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