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
손문숙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은 책을 눈으로만 읽는 시대는 아니다. '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핑계가 뭔 줄 알아?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 그런 핑계 너무 식상하지 않아? 그냥 **를 들어~. 언제 어디서든 그냥 듣기만 하면 돼'. 김혜수가 하는 오디오북 광고이다. 어쩌면 디지털 시대에 다양한 매체를 통한 독서를 홍보하기 적절한 광고일지도 모른다. 눈으로 읽고, 귀로 듣고, 온몸으로 공부하듯 즐거운 책 읽기는 무엇이든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법이든 자신의 지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자신의 효용을 높여주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니까. 단 단지 읽고, 듣는 것에서 멈추면 안 될 것이다. 사유가 없는 독서는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을 읽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읽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토론이란 무거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독서 후 같은 책에 대한 다른 사람의 감정과 의견을 나눔으로써 자신을 긍정화, 객관화할 수 있다. 비대면의 활성화된 시기에는 또 그나름의 방법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교육행정공무원이다. 승례문학당에서 독서 토론을 공부했고, 직장 내에서도 꾸준히 독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글쓰는 하얀 봄밤'의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나이 오십에 꿈을 이루었다. 누구나 글 쓰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희망이 읽혀서 좋다. 전체적으로 가독성 좋고 공감되는 문장들이 많다. 인생의 나이테가 쌓여 십 대, 이십대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을 때 확실히 다른 좌표에서 읽힌다. 경험의 누적이 그만큼 중요한

것 같다.

저자는 27권의 책을 네 개의 카테고리- 인간, 죽음, 여성, 사회로 나누어 인상 깊은 구절을 소개하고 자신의 견해와 독서 토론에서 나눈 토론자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막연한 교훈이나 지적 허영과 같은 멘트를 날리는 책이 아니라 좋다. 지극히 따끈따끈한 현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와 연결하는 지점들이 소개되어 감정 전달이 훨씬 잘 되는 것 같다.

<필경사 바틀비> 를 통해서는 내가 서있는 위치를 조금만 바꾸어 '거부할 수 있는 권리'와 '인간답게 살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할 권리'에 대한 고민을 우리 사회 모두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담론>을 통해서는 진정한 자아를 향한 인간의 삶에 대한 태도와 방향은 무엇인지, <죽음의 에티켓>을 통해서는 죽음에 대한 성찰과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한다. <페미니즘의 도전>이나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와 같은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통해서는 모든 인간의 권리와 평등에 관한 새로운 사유방식을 고민하게 하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작은 폭력이 가져다주는 위험성을 알려준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 책은 의료윤리적 관점으로만 읽었던 책이었는데 저자의 감상은 내가 미쳐 닿지 못했던 지점들을 생각해 보게 해서 새로웠다. 실존적인 삶에서 사회와, 타인과 나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여자들의 책 읽기는 무엇을 만드는가 하는 저자의 질문에는 시간을 두고 곰곰이 생각을 해봐야겠다...

저자가 읽고 나눈 책 목록에는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들이 있다. 찾아 읽어 보고 싶게 만드는 호기심은 이미 채웠으니 이젠 그 책들을 찾아 읽고 다시 이 책에 내 의견을 첨부해볼 것이다.

비대면 시대에 독서토론의 또 다른 방법으로 바로 이렇게 저자가 추천한 책을 함께 읽고 저자와 다른 이의 생각을 엿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