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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현욱 옮김 / 밀리언서재 / 2020년 9월
평점 :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말을 글로 옮기는 행위는 왜 그렇게 어렵고 힘든 것일까. 물 흐르듯 매끄럽게 글을 쓰고 싶지만 막상 첫 문장부터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기 일쑤다. 다문 다독 다상량이란 말이 있다. 중국의 구양수가 글을 잘 짓는 세 가지 비결로 든 삼다를 말한다. 글을 잘 쓰려면 다독, 다작, 다상량 이 세 가지를 해야 한다고 독서를 강조하면서 인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글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많은 인내가 필요하고 위대하면서 고된 작업이다. 누구나 글을 쓰지만 아무나 대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잘 써진 글은 읽으면서 콕콕 뇌리에 박힌다. 그러면서도 무게감이 있고, 생각거리를 던지고, 메타포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 읽는 이의 흥을 돋우는 맛이 있다. 김 훈의 글이 그렇고, 하루키의 글이 그렇다. 작가마다 개성있는 문체가 존재한다. 하루키의 문장은 살아있다. 꿈틀거린다는 느낌이랄까. 아마도 그의 맛있는 문장에 쓰이는 나름의 규칙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키의 글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가? 이 질문의 답을 책에서 하고 있다.
도쿄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팬들이 찾아오는 유명 북 카페 '로쿠지겐(6차원)'을 운영하는 저자는 프리랜서 영상 디렉터이자 일본 전통 도자기 복원 기술을 연마한 예술가이기도 하다. 이곳은 노벨문학상을 발표할 때 tv 생중계하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일본 젊은이들의 아지트, 로쿠지겐
무라카미 하루키는 사십 년 동안 소설, 에세이, 르포르타주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그의 글 솜씨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 온 작가다. 저자는 하루키스트임을 자처하고 하루키의 매력에 빠져 자신보다 하루키를 더 관찰하고 연구했다. 하루키의 일상을 꿰뚫어 그가 자주 사용하는 언어들을 구성해 책을 펴내기도 했다. 방탄에게 아미가 있듯이 요즈음엔 누군가의 덕후가 된다는 것도 또 다른 문화의 힘인 듯하다.
저자는 크게 두 개의 챕터로 구성하고 있다. /제1장 33가지 작법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읽기/, /제2장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의 힘/ 14가지 방법까지 총 47가지 맛있는 문장을 쓰는 규칙을 전달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법으로 긴 제목을 사용하거나, 강력한 키워드를 넣기, 참신한 조어를 사용하기(소확행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의미로 만든 조어로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작품에서 나온 단어다), 해변의 카프카처럼 등장인물에 기묘한 이름을 붙여보는 것, 언어유희의 일종인 애너그램을 잘 활용하는 것 등 카프카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노르웨이 숲에는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고전 명작을 인용하는 부분이 많다. 하루키의 이런 문체의 힘을 인용력이라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대화력, 캐릭터력, 엔터테인먼트력, 오마주력 등 각 작품에서 하루키의 문체의 힘에는 어떤 요소가 있는지 찾아 보여주고 있다.
부록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목록을 소설, 단편집, 에세이집, 대담집, 기행문, 회문집, 논픽션, 그림책, 전집 등 장르별로 구분하여 실어놓고 있어서 차근차근 한 권씩 독파해보며 이 책에서 소개한 하루키의 문체의 특징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노르웨이의 숲>이 나왔을 때 '100퍼센트의 연예소설' 이라는 문구가 빨간색과 초록색의 표지 띠지에 크게 써져 있었는데, 이것은 하루키가 직접 쓴 것이다. 대만에서는 <노르웨이의 숲>이 크게 히트한 후에, '노르웨이의 숲 호텔', '노르웨이의 숲 카페', '노르웨이의 숲 아파트' 등이 등장했다. P102
우리나라에서는 상실의 시대로 알려진 작품이다. 나 역시 이 소설을 통해 하루키라는 작가를 만났고, 혼자 볼이 발개지고 떨림을 느끼며 읽었던 소설이다. 자살, 상실을 보여주는 민낯의 소설, 리얼리즘의 소설 그 자체였다. 하루키는 신드롬을 일으킬 만한 알맹이가 단단한 작가이자 다채로운 문장을 구성하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하루키는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다면 바로 이 책을 펼치면 모범 답안이 들어있다.
*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