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속에 아픈 사람들 - 의학의 관점으로 본 문학
김애양 지음 / 재남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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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슬픔이 있다. 달랠 수 있는 슬픔과 달래지지 않는 슬픔이 있다. 달랠 수 있는 슬픔은 살면서 마음속에 묻고 있는 슬픔이지만, 달랠 수 없는 슬픔은 삶을 바꾸어 놓으며 슬픔 그 자체가 삶이 되기도 한다. 사리지는 슬픔은 달랠 수 있지만 안고 살아가야 하는 슬픔은 영원히 달래지지 않는다. P263

곱씹으며 몇 번을 읽어 본 문장이다. 문장 하나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 책을 놓아서는 안되는 이유를 나는 또 발견한다. 세상의 이치, 놓아야 할 것들과 놓치않아야 할 것들에 대한 질문, 절망과 희망의 줄다리기.

의학으로 읽는 세계문학 명작 아픈 사람들 제목의 이끌림에 펼쳐 본 책이다.

저자는 이대 의대를 졸업하고 산부인과 개원의로 일하고 있는 현직 의사이자 의사수필가다.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의 아픔을 덜어주고자 명작 속의 아픈 사람들이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이 독자 입장에서는 새롭고 참신한 접근이다. 질병에 걸린 환자에게 유일한 희망은 의사의 손길이다. 인류가 존속하는한 인간은 질병과의 싸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환자를 위해 질병의 보편성을 알려주고, 문학을 통해서 환자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희망과 치유를 위해 이 책으로 독자를 초대하고 있다.

목차에 소개된 명작의 목록은 참 다양하다. 이 많은 책을 읽고 질병과 연결한 저자도 대단하고 이렇게 많은 질병이 작품에 차용되었다는 것도 놀랍다. 책의 구성을 보자면, 작품의 개괄적인 내용이 전개되고 연관된 질병에 대한 진단과 견해, 증상의 원인이나 치료법 및 예방법까지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을 쓴 작가 소개로 되어있다.

소개된 작품은 낯선 작품들이 많다. 작가가 소개하고 있는 작품을 찾아서 다시 읽어보는 재미까지 일석이조다.

우리는 건강한 삶 속에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고통이 찾아와 삶을 흔들 때 우리는 그제서야 겸허하게 나를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질병 때문이라면 더없이 허무함과 비통함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를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에 직면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준다. 가족조차도 함께 나눌 수 없는 본연의 고독과 자신의 처절한 고통의 몸부림을 헤어나지 못하고 결국은 숨을 거둔다.

췌장암이라는 질병이 사인이다. 오늘날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의 심리 상태를 부정과 고립, 분노, 협상, 우울, 수용 이렇게 5가지로 분석하는데 이반 일리치가 죽음의 경과를 리얼하게 재현하고 있어서 더 사실적으로 고통이 느껴진다. 췌장암은 말기에 발생되는 암으로 생존율도 낮다. 예방 수칙이나 권고 기준이 따로 있지 않다보니 좋은 식생활 개선과 적당한 운동이 습관화 되어야 한다고 의사의 시선으로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혼란 속에 있다. 세계 경제 뿐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뒤바뀌고 있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까뮈의 페스트는 전염병 앞에 속수무책인 현세태와 너무도 닮은 작품이라 재독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다시 조명받게 된 소설이기도 하다. 페스트는 우리의 민낯을 보여주는 현실 상황과 다양한 인간의 군상이 흡사하게 비춰진다. 각자의 위치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연대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인류가 살아 있는 한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피할 수 없다. 전염병에 대처하는 의사로서의 모습, 의사라면 누구나 질병의 의미나 가치를 따지기에 앞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저자의 소신이 너무도 선명하게 읽힌다.

이 밖에 낯선 질병으로 봉와직염, 포피리아증, 사시, 해표상지증( 해표상기형아 - 우리나라에는 피아니스트 이희아양이 있다 ), 진전섬망증(광란의 떨림), 강경증 등을 다양한 작품안에서 낯설지 않게 설명해주고 이해시켜준다. 소설을 읽으면서 또하나의 의학 상식을 키우는 느낌으로 풍요로운 시간이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그 누구도 아픔이 두렵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받았다.

나날이 기승을 떨치고 사망자 수를 늘이는 페스트가 리유에게는 의사로서 '끝없는 패배' 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싸움을 멈추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P149 어쩌면 저자도 의사라는 현실과 내면속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런 마음이 투영되어 나온 작품이 아닐까 싶다.

매일 환자와 만남을 통해 질병에 관한, 고통에 관한,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의사이기에 인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매 순간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선하게 겸허하게 살아가기를 다시 느끼게 해주는 「명작 속의 아픈 사람들」 은 이 시대를 뚫고 지나가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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