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은 정조 사후 직후에 쓰여진 글로, 손자였던 어린 순조가 즉위하자 자신의 친정 집안이 홍국영의 모함으로 당한 화의 억울함과 부당함을 소상하게 밝히고 사면을 호소하는 목적에서 작성한 글이라고 한다. 특히 좌의정이었던 작은 아버지, 홍인한이 세손(정조)의 대리청정을 막았다는 것은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고 혜경궁 홍씨 자신에 대한 모함과 동생 홍낙임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심정을 담고 있다.
억울한 누명을 벗고자하는 날을 기원하며 하늘에 축원하며 마무리한다.
제3편은 1802년 쓰여진 글인데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던 임오화변에 대한 비통함에서 시작해서 부친인 영의정 홍봉한은 관련이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아들 정조가 자신에 대한 효행과 외할아버지의 충절을 잊지 않고 자신의 친정 집안에 대한 신원을 약속했다는 점을 언급한다. 혜경궁은 앞서 소극적이던 태도를 벗어나 원통함과 애환을 적극적으로 순조에게 애원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조와 주고 받은 대화를 인용하며 서술한 부분에서는 간절함이 절절하게 새어나오는 느낌이었다. 제4편에서는 사도세자의 병환이 위중했던 것은 사실이며 일어난 비극은 부득이한 일이었다고 기록한다. 즉, 사도세자의 병환이 망극하고 종사의 존망이 다급하여 어쩔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나게 되었지만 자신이 죽지 못하고 산 것은 도리와 의리 때문이라고 심정을 밝힌다.
이처럼 한중록은 혜경궁 홍씨가 자신이 직접 겪었던 일들을 서술한 것으로, 남편 사도세자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참변(임오화변)을 주요 소재로 해서 공적, 사적으로 연루된 관계들과 당시 정치적으로 얽힌 당쟁의 복잡미묘한 문제 등을 서술한 한 여성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이다. 또한, 정조에 대한 자신의 사랑 등을 포함해 궁중 여인의 눈으로 지켜본 화려한 조선 왕실의 이면에 비친 어두운 부분을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자신과 자신의 집안에 대해서 억울한 상황을 묘사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술함으로써 궁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여성 정객으로 당대의 정치적 상황을 매우 뛰어나게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한중록은 그녀의 내면을 손끝으로 풀어낸 절절한 호소와 자아를 채워가는 능동적 주체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인 듯 싶다.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나 이 책은 조선 후기의 역사와 문화를 모두 담고 있으며 자기 용서, 주체적 존재와 같은 키워드와 함께 여류문학으로서의 가치또한 높이 평가할만하니 누구에게도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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