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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으로 사는 인생
폴 투르니에 지음, 정동섭.박영민 옮김 / IVP / 2020년 1월
평점 :
이 책이 왜 끌렸던 것일까. 폴 투르니에님의 책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구입한 적도 없었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없었다. 모험으로 사는 인생이 이번에 새로 무선판이 나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충동적으로 구매를 했다. 그래, 제목 때문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다들 포스트 코로나에 열중하고 있다. 근래에는 많은 책도 나오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이후를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 또한 혼란스러움, 걱정, 막연함, 막막함 등의 감정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제목을 보는 순간, 새로운 환경에 뛰어 들어야 하는데 즐거운 모험과 같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읽고 싶었다.
어떤 행동강령이나 지침서 같은 책이 아니어서 좋았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만 본다면 지극히 꼰대스러운 말들일 수 있는데, 책을 읽어갈수록 좋은 어른을 한 분 알게 되어서 그분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봐 젊은이. 젊은이면 젊은이답게 도전해!’가 아니라 ‘젊은이, 아니, 나도 아직 모험에 뛰어들고 있으니 친구라도 해도 되겠군. 어이, 젊은 친구. 나는 이렇게 모험하며 살고 있어. 자네도 함께 해보지 않겠어?’하며 읽는 내내 위로와 공감을 넘어 함께 모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모험하며 사는 인생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우리가 가진 당연한 모습이다. 모험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성이다. 형식적인 관습을 기피하는 반항심이나 가보지 못한 길로 걸어보고 싶은 충동 등의 모험을 하는 것은 인간 뿐이다. 모험이라는 단어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모험은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인생에 ‘나’의 삶을 맡기는 것이다. 어디로 가게 될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을 신뢰하면서 내어 맡기는 것이다. ‘나’를 포기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나를 지으신 하나님이 나를 가장 잘 아시는 분이시기에 그분께 나를 맡겨서 내가 나답게 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신비한 어떤 음성을 쫓아가는 것보다 매일 주어지는 말씀을 꾸준히 묵상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며 주어진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면서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느 곳으로 인도하실 지 알게 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최선을 다해서 우리에게 말해주고 싶어하시는 분이시다. 그렇기에 묵상과 사귐을 통해서 우리는 매일을 모험하며 살아갈 수 있다.
“거룩함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듯 손에 넣을 수 없는 완벽함이나 흠 없는 생활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께 깊이 뿌리 박혀서 그분이 뜻하시는 곳으로 인도를 받는다는 의미에서 모험 중의 모험이다.” -p.305
경건의 모양을 갖춘 삶이 아니라 진정한 경건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럴 때 삶이 지루하고 무의미하지 않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고 가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 나의 삶을 온전히 맡기기 원한다. 나는 계속해서 주도권을 가져오고 싶어하고 성령님의 세미한 음성에 집중하기보다 확실한 외부의 소리에 더욱 끌릴 것이다. 그러나 계속 그것을 내려 놓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몸을 맡기는 훈련을 해야겠다. 무기력함과 방향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 한 번씩 꺼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