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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 ㅣ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박찬근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9월
평점 :

예전 '국제도서전'에 관람하러 갔던 적이 있습니다.
벌써 10년도 훨씬 넘은 예전 일입니다.
어느 부스에서 어르신이 한자로 '격훈 표구'를 해주는 곳이었습니다.
어르신은 자신을 소개할 때,
"나는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중에 이 표구가 귀하게 될 수 있어서 낙관도 함께 넣겠습니다."
그리고 제 나이를 물어보고선
"30대 시작이니 근면, 성실하면서도 신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렇게 '표구'는 '勤愼(근신)'으로 제작됐습니다.
'근신'이란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謹愼'이 떠올라서 왠지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1. 말이나 행동을 삼가서 조심하는 것.
2. 벌로서 일정한 동안 출근·등교·집무를 하지 아니하고 말이나 행동을 삼가는 것. 신근(愼謹).
이런 뜻의 동음이의어라서 어감에서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거든요.

<중용> 도서를 읽다가 '愼獨(신독)'이란 단어를 읽고 계속 읽어나가는 데에도 마음 한편이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신ː독, 愼獨
: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언동을 삼가는 것.
중용에서 '신독'은 '홀로 있을 때 삼간다'는 의미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자신의 양심을 지킨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표구했던 '근신'은 30대에 이르면 어린 나이가 아니라서 실수나 실패가 인생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니,
부지런(근)하고 근면하게 일하되,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의미가 '신독'과 묘하게 연결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지런할 '근'은 '근심하다'란 의미도 있습니다.
'후회'는 과거를 향하지만 '근심'은 미래를 향합니다.
'근심'은 부정적인 의미이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정신을 일깨워 줍니다.

유ː비-무환, 有備無患
: 미리 준비해 두면 근심될 것이 없음.
표구의 '勤愼(근신)'은 그런 깊은 뜻으로 다가왔습니다.
어감의 분위기가 싫어서 그냥 홍당무에 정리하려 했는데, 이번 도서를 통해 새롭게 눈 뜨게 되어 다시 벽에 걸어두어야겠다고 마음을 바꾸는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근신'(勤愼)은 '부지런함'을 뜻하는 '근'(勤)과 '삼감'을 뜻하는 '신'(愼)이 합쳐진 단어로, 부지런하면서도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마치 '근신보부(勤愼寶符)', 즉 '부지런함은 보배요, 신중함은 몸을 지켜주는 부적'과 같다는 옛말에서 강조되듯, 노력과 신중함이 모두 중요함을 나타냅니다.
勤 (근): 부지런할 근
의미: 근면하고 부지런함
愼 (신): 삼갈 신
의미: 말이나 행동을 조심하고 신중함
표구 만들어주신 어르신의 깊은 의미는 위와 같은 내용이었을 거라 짐작됩니다.

<중용> 책을 읽어나가면서도 '愼獨(신독)'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은 바로 화두처럼 마음에 새겨진 '勤愼(근신)'때문이었나 봅니다.
유교 경전 중에서도 꽤 깊고 어렵다는 '중용'을 이렇게라도 접하게 되어 인생의 귀중한 지혜를 얻어가는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인생에 꼭 한 번은 '중용'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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