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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텅구리 - 한국 최초 신문 연재 네컷만화로 100년 전 날것의 식민지 조선을 보다
전봉관.장우리 편저, 이서준.김병준 딥러닝 기술 개발 / 더숲 / 2024년 12월
평점 :

'멍텅구리' 책을 보면서 첫인상은 발음 나는 대로 쓰인 근대 한글의 초기 모습이었습니다.
직관적인 단어와 문장이 오히려 촌스러웠지만 부가적인 설명 없이 바로 뜻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편했습니다.
이때의 한글은 남북한의 뿌리가 같음을 알려줍니다.
그 뿌리는 조선어학회였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한글이 말살되는 것을 목숨을 다해 지켜냈습니다.
해방 후 친일매국노들이 그 지위를 잃지 않고 득세하면 명예와 부를 얻는 모습을 본 조선어학회 일부 인사가 참다못해 울분을 토했습니다.
월북했습니다.
지금의 북한어는 그 조선어학회가 뿌리가 되었습니다.
그런 사연이 있어선지 조선어학회는 한글학회로 이름이 바꿨지만 민간단체로 남았습니다.
그 후 정부에선 한자어와 외래어를 대거 도입해 버렸습니다.
그 결과 남북한의 단어와 문장은 서로 많이 달라졌습니다
조선어학회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은 곳은 역설적이게도 북한이 되었습니다.
북한어는 직관적이다 못해 유치하지만 어쩌면 언문으로서 그게 더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유치하다는 건 어색하다는 것이고 그건 우리가 그렇게 쓰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낯설음이니까요.
해당 내용은 영화 '말모이'에서 잘 나옵니다.
1984년 5월 10일 문교부 산하의 국어연구소가 생겼습니다.
나중에 '국립국어원'으로 변경되면서 '한글학회'의 지위를 한쪽으로 밀어내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외래어와 한자어가 우리의 말과 글에 완전히 뿌리내렸습니다.
알게 모르게 '한글학회'에서 편찬한 한글 사전은 폄하되고 배척되었습니다.

다행히 복원된 '멍텅구리'라는 책에는 그 모든 변천의 시발점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발음 나는 대로 적힌 문장을 보면 너무 귀엽습니다.

'ㅎㅏㄹㅏㅂㅓㅈㅣ' 할아버지를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게 묘한 이질감을 일으키지만 정겹기도 합니다.
꼭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처음 받아 쓰기 할 때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 같은 기시감이 떠오릅니다.
그 옆 설명글을 보면 그 당시 비유법도 함께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 시절 시대상을 읽기에 정말 소중한 자료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집트'를 '애급'이라 칭하는 걸 보고 성경책이 떠올랐습니다.
그 당시 외국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을 거라 '세계일주' 소재를 쓸 때 작가의 고뇌도 느껴집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시절 '모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라고 생각됩니다.
경성의 생활상을 그려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한 권씩 있으면 든든한 책이 될 거라고 봅니다.
한 때 일제강점기에 궁금증이 많던 차에 영화 '모던 보이'가 개봉해서 상당히 관심이 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시절 사회상을 들여다보기 매우 좋은 자료라 관심 있는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