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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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작부터 독자를 난감하게 합니다.

탄생과 죽음을 연이어 이야기하며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흡사 '윤회'를 떠올리게 하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의 흐름' 문체를 떠올리게도 해서 혹시 '환상문학'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합니다.

미노타우로스 이야기는 독자들을 심연에 빠뜨릴 거대한 떡밥이었습니다.

기억과 슬픔의 천일야화란 생각이 들 때쯤 '천일야화'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주인공, 사람들 기억 속에 들어가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볼 수 있으며 함께 체험하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은 흡사 머리 넘나들기 하듯 사람들의 기억을 넘나듭니다.

엄마가 버리고 간 아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독자 심연에 깔려있는 원초적인 고독과 외로움과 황망함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인간 아니 생명존재라면 그것을 느꼈을 겁니다.

이 책 카피처럼 '공감은 슬픔을 부르고 슬픔은 이야기가 된다.'에 굴복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채식주의자 주인공' 이야기를 읽으며, 육식을 하던 사람이 조개를 검은 비닐주머니에 사다가 주방에 두었다는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밤새 바스락대는 소리를 듣다가 야밤에 가보니 그게 조개비닐주머니였고, 처음으로 그들이 살아있는 생명임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 후부터는 육식을 하려다 토했고 그 후로 채식위주로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회를 먹을 수 있는데, '회센터 수족관에 관한 애니메이션'을 본 후 다시 회를 먹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요.

육식동물이 아닌 이상 채식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봅니다.

심지어 대왕판다는 육식동물이지만 대나무만 먹습니다.

고기의 감칠맛을 느끼는 DNA가 비활성 되었다고 하지만 결국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이 된 대표적 사례입니다.

인간은 특히 한국인은 비건의 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수십 가지나물과 관련된 음식으로 육식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얘기가 너무 삼천포로 빠졌네요.

시작부터 수없이 태어났고 죽던 주인공은 이제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서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경험하는 능력자로 태어납니다.

수수께끼 같던 할아버지와 가족, 친척들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슬픔과 후회를 봅니다.

그는 결국 아니 작가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요?

책표지 뒷면에 있던 '과거, 슬픔, 문학이란 무게 없는 고래만이 나의 흥미를 끈다'는 대목에서 멈춥니다.

그는 교조적인 문체로 넘어가지 않고 독자가 함께 그 감정, 그 슬픔을 함께 느끼기만을 바라는 듯했습니다

굉장한 소설을 읽은 듯합니다.

소설을 이렇게도 쓸 수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장편소설 #게오르기고스포디노프 #불가리아 #슬픔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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