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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애사
이광수 지음, 이정서 편저 / 새움 / 2026년 2월
평점 :

요즘 '왕사남' 영화가 영화계 침체 속에서 1,300만 명을 달성했습니다.
시기적절하게 '춘원 이광수' 쓴 '단종애사'를 이정서 편역자가 고어와 한문을 현대어로 편역해 우리에게 내어놓았습니다.
'단종애사'에 도도히 흐르는 '정과 의리'를 친일부역자 '이광수'가 그렸다는 게 의아스럽지만, 그때는 조선이 독립할 거라고 아무도, 아니 백성 빼고 계산 빠른 지식인들은 다 몰랐다고 하니 이쯤에서 넘어갑니다.

'오늘날 모든 역사 콘텐츠의 원형'이 된 소설이라는 카피를 읽고, 의구심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초반부터 나오는 궁중모략과 중전, 세자빈 등 궁중의 암중모략은 전형적인 것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이런 역사극 소설을 써냈다는 부분에서 '춘원 이광수' 달리 보였습니다.
각 인물들의 심리와 반응이 입체적이었습니다.
물론 그에 그치지 않고 역사의 흐름을 도도히 따라갔습니다.

역사의 분기점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을 몇 가지 뽑을 수 있습니다.
현대사에서 10.26은 유신(국민의 투표권과 주권을 빼앗아간 정권이자 헌법)의 심장을 총탄으로 꿰뚫어 자유민주주의가 조금 더 빨리 오게 했다는 의의가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단종'의 사건은 조선의 정통성을 '세종대왕'이 세우고 '문종대왕'이 다지고 확장했습니다.
그 태평성대를 단지 사대부 권신들이 득세한다는 명분하에 '수양대군'의 반정으로 조선 왕실의 이너써클은 완전히 불신으로 무너집니다.
태종 이방원의 업보일까요?
이복형제를 죽이고, 아버지 태조 이성계에 맞서 권력을 빼앗았던 이방원 조차 자신의 아들들은 골육상잔을 치르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그건 자신을 닮은 수양대군에 의해서 무참히 찢겼습니다.

조선은 '세종대왕'으로부터 내려오는 '직계혈통'을 이때 잃어버렸습니다.
세조(수양대군) 이후 그 후대는 단명했고, 조선은 방계로 이어지며 조선의 국혼은 혼탁해졌습니다.
조선을 살 찌운 세종대왕의 치적은 간신들의 배를 채우는 곳간으로 전락했습니다.
백성들은 그 후 사대부들의 착취로 피폐해집니다.
이방원의 난은 '세종대왕'이라는 결과물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세조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은 그 어떤 가치로도 치환할 수 없는 조선 망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작 권불십년 세조는 피부병으로 고통스럽게 죽었습니다.
그보다 자신의 자식들이 병으로 고통받다 죽어가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수양은 집권 후기 후회했다고 합니다.
그게 진심이든 역사에 남기기 위한 양심의 가책이든 동정을 얻기 위한 쇼이든.
한명회(훈구파) 일당들만 좋을 일을 남겨두고 수양은 죽습니다.
정말 허무한 죽음입니다.
부질없는 권력의 끝은 결국 죽음이라는 것이죠.
'단종애사'를 읽으며 그나마 세조의 끝을 알기에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명회는 세 명의 왕을 세우고 네 번의 공신에 책록 됐고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인 영의정을 지냈습니다.
어쩌면 왕보다 더 큰 권력을 누린 한명회가 원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연산군 때 부관참시를 당했다고 하나 살아있는 동안 부귀영화를 누렸으니 악인이 잘 사는 선례를 남긴 게 나중에 친일부역매국노들이 활개 치는 세상의 전제를 만든 게 아닌지 매우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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