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소리가 들렸어요
가나리 하루카 지음, 장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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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은 '일상'의 아련함을 잘 표현합니다.

흔히 '일본 감성'은 그 일상의 잔잔하고 소박한 일과의 아름다움을 잘 포착하죠.

일본인 풍습에는 남에게 약점이나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그 감정이 있습니다.

저자 '가나리 하루카'도 끝에 '초등학생일 때 학교에서 울지 말자!'라는 규칙을 정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집을 떠나 처음으로 사회성과 사회에 편입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 학교.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이 관여하기 힘든 세계입니다.

또래문화, 또래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아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어 교사이자 두 아들의 엄마인 저자는 그래서 무엇보다 동심을 이해한 소설을 집필할 수 있는 바탕으로 생각됩니다.

'눈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란 판타지 요소로 일본의 학교생활을 그려낸 <눈물소리가 들렸어요> 소설은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시작은 집 근처 독박 육아를 하는 새댁의 눈물소리부터 시작합니다.

1학년 '사토이 미온'이 주인공입니다.

엄마와 오빠까지 '눈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자'이지만 아빠는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가족이 지닌 눈물소리를 들으면서 알 수 있는 정보 능력에 차이가 있습니다.

단연 엄마의 능력이 최고죠.

화장실에서 혼자 밥을 먹는 소녀, 사토이 미온은 그녀를 위해서 학교 교칙을 바꾸고 싶어 합니다.

교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밥을 먹을 수 있게 말이다.

울고 있는 사람이 학생회장이자 울보 켄 선배는 오빠 '사토이 나오키'와 같은 반입니다.

학생회장인 켄이 교칙 변경을 선생님에게 건의할 수 있습니다.

결국 화장실에서 혼자 밥을 먹는 소녀와 미온은 대화를 하는 계기를 얻게 됩니다.

켄의 소꿉친구이자 미온의 2학년 선배였습니다.

이 구절에서 일본이나 한국이나 '밥친구'는 정말 소중합니다.

다른 친구들에게 '외톨이'인 것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러나 또 그 사실을 알고 친구가 되어줄 사람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양가감정이죠.

대한민국 학교는 급식으로 바뀌어 '밥친구' 개념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지만 아마 바뀐 건 없을 겁니다.

자연 곱슬의 나나미 2학년 선배는 친구 사귀는 게 서툽니다.

1학년 때는 초등시절 친했던 친구랑 같은 반이 돼서 어찌저찌 잘 지냈는데, 2학년에 올라와서는 다른 반이 됐다고 한다.

다른 그룹에 껴달라고 할 용기가 없던 나나미는 그렇게 혼자 화장실에서 밥을 먹게 된 것이다.

문제는 교칙을 바꿔도 다른 반에 있는 친구나 켄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게 나나미 선배의 의지였다.

여기서 일본인들의 이중적인 양가감정이 그대로 현실에 적용되는 점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스스로 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외부에서 도움의 손길이 오길 바라면서도 대놓고 말할 수 없는 처지.

반려묘인 고양이의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길냥이라는 세계도 있는 고양이들은 아파도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프다는 걸 다른 고양이들이 알면 그대로 공격당해서 현재 있는 자리도 위태로워지고 먹이 활동에도 제약이 생긴다고 합니다.

일본학생들의 처지가 어쩌면 '고양이 신세'같다는 생각이 문들 들었습니다.

애석하게도 대한민국의 학생도 학년이 올라가고 학교가 바뀔 때마다 그 '밥친구'를 해결해야 하는 당면 과제에 아이들이 울고 있을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저며오네요.

인간들은 언제부터 공동체 생활을 했을까요?

적어도 성인이 되면 좀 더 자유로운데,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정말 벗어날 수 없는 아이들의 교도소처럼 그들의 마음을 옥죌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는 게 참으로 아쉽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에 그 '밥친구'가 쉽지는 않았네요.

이런 일상의 사소한 소재를 소설로 승화하는 일본소설은 가끔 읽을 때마다 과거 어린 시절의 아련함을 일깨워줍니다.

#첫사랑 #장편소설 #일본소설 #눈물소리가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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