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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정지우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평점 :
'글쓰기'에 대한 작법서가 아닌 에세이는 그냥 시시콜콜 잡다한 얘기일 거란 선입견을 가졌습니다.
더구나 책 표지 카피에 "'글쓰기'를 둘러싼 거의 모든 이야기'라는 구절이 좀 교만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독서는 나를 또 다른 '글쓰기'의 세계로 인도했습니다.
보통 에세이라고 하면 저자의 감성 충만 글로 전개되는 게 십상입니다.
'정지우' 저자의 글은 '에세이'라는 외투를 입고 그 안에서는 치열한 논리 전개와 고민, 사색이 담겨 있습니다.
'글쓰기'에 진심이 담긴 작가가 이런 것인가?
책튜버 김겨울 님의 말마따나 '가장 강력한 글의 옹호자'라는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책을 읽는 내내 느꼈습니다.
어쩌면 저자 개인의 감성 속에서 마무리될 '에세이'가 집요한 논리 전개 속에서 나름의 철학을 열변하고 독자를 납득시킵니다.
'이 저자는 거의 철학자의 수준에서 자신의 글쓰기와 시선, 경험, 삶을 사색하면서 글로 분출하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습니다.
"'글쓰기'에서 비롯되는 사색이 이렇게 많다니"하고 놀라면서 한 줄, 한 문장, 한 단락, 한 문단을 곱씹으며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가 치열하게 길어 올리고 맛보고 분석하고 사색한 그 통찰의 빛을 조금이라도 보고 싶어서 문장을 되뇌며 읽었습니다.
15년간 그렇게 자신의 생각과 사회에 대한 시선, 통념에 대한 반론이자 스스로를 납득하거나 정리하기 위해 분투한 '글쓰기'가 오롯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읽으면서도 문장 하나하나 놓치기 싫어서 아껴가며 그 흐름을 유유히 잇고자 하는 열망이 샘솟는 것을 느끼면서 뭔가 '글쓰기'에 대한 희열을 느꼈습니다.
또한 깊은 사색에서 길어 올려진 문장의 쾌감과 즐거움을 한없이 느꼈습니다.
어떤 명상적인 추상적인 글쓰기로 층위가 너무 올라가서 판타지 같은 글이 아닌
너무 저속할 정도로 말초 감각을 자극하며 쾌락만을 선사하는 그런 글이 아닌
일상 속에서 맞이하는 하루 속 경험과 생각을 통한 사색이 펼치는 글들은 내 주변을 굽어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지겨움'을 이겨내는 프로처럼
어느 곳에 '지겨움'을 초월해서 함몰해 갈 수 있는 일을 갖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