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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드라마 - 윤소희 장편심리소설
윤소희 지음 / 학지사 / 2025년 2월
평점 :
"사실은 나 아빠한테 오늘 고백할 거 있는데, 나 아빠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처음이야. 남자를 좋아하게 된 건......"
"근데 아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
예주의 사이코드라마, 그 드라마를 통해 억압해 누르려 했던 내 안의 나와 만났고, 작고 폐쇄된 상담실 공간을 뛰어넘어 예주와 만났다.
"상처를 들여다보는 순간, 금지된 진실이 깨어난다.“
상담심리학 교수 주한은 한 여대생, 예주를 만나면서 모든 균형을 잃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밝고 당당해 보이는 그녀. 하지만 상담이 진행될수록, 그 안에는 가족에 대한 깊은 불신과 사랑에 대한 두려움, 억눌린 기억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사이코드라마라는 심리극 기법을 통해, 예주는 감추어왔던 기억을 하나하나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재현과 연기, 그리고 마주침.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기 위한 거짓말'의 본질이다.
그녀를 탐구하던 주한 역시 자신의 내면에 억눌려 있던 욕망과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내담자와 상담자,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진 곳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심연을 들여다보며 위험한 게임을 시작한다.
윤소희 작가의 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는 인간 심리의 가장 깊은 골짜기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평범한 상담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예주의 억압된 기억과 상처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특히 사이코드라마 기법을 도입한 전개로 무대 위에서 재현되는 기억과 감정은 허구와 진실,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교차시키며 심리학적 깊이와 서사적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상담자는 어디까지 내담자의 세계에 개입할 수 있는가’,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인간은 무엇을 선택하는가’
주한과 예주의 관계가 윤리적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소설은 상담이라는 구조적 안전장치를 위태롭게 만든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나는 금기를 넘어선 듯한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타인의 고통이 내 고통처럼 파고드는 순간, 인간은 어디까지 견뎌낼 수 있는가를 묻게 된다.
"과연, 알고서도 사랑할 수 있을까.“
상처와 치유, 관계와 갈등.
이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심리의 무대 위에서 우리는 질문을 남긴다.
사랑은 진실을 이길 수 있을까.
아니면, 진실이 사랑을 파괴할까.
『사이코드라마』,
그곳에 선 당신은 이제, 되돌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