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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2 세트 - 전2권
고이시 유카 지음, 현승희 옮김, 신쵸사 협력 / 서교책방 / 2026년 7월
평점 :
우리가 무심코 넘긴 완벽한 한 페이지 뒤에는, 누군가의 치열한 '빨간펜'이 있었다. 🖍️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무라카미 하루키, 미야베 미유키 등)의 책을 출간해 온 130년 역사의 신쵸사.
이곳에는 무려 50명의 직원이 소속된 '교열부'가 있다.
만화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 2권은 바로 이 출판계의 숨은 영웅들, 교열부 사람들의 징글징글하고도 아름다운 책 만들기 여정을 꽉 차게 담아낸 작품이다.
이 책 속 교열자들은 단순한 '오탈자 사냥꾼'이 아니다.
대문짝만한 제목이나, 절대 틀릴 리 없다고 믿는 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스스로를 경계하고, 작가의 뛰어난 문장을 더 훌륭하게 만들기 위해 시대 고증과 모순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밤잠도 설쳐가며 글자 하나, 문장 하나 허투루 보지 않고 꼼꼼하게 검증하는 그들의 감동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이는 책이 그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이 직접 엮어내는 다정한 물건'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건넨다. 우리는 흔히 교열을 글자를 고치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이들은 '작가의 마음이 독자에게 무사히 전달되도록 길을 닦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저에게 책은 ‘물건’이에요. 누군가의 손에 건네질 그 물건에 뜯어진 실밥이나 덜 조여진 나사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한 교열자의 이 대목은 가슴을 쿵 치게 만든다.
세상에 나갈 단 한 권의 책을 위해 이토록 애쓰지만, 사실 냉정한 현실 속에서는
"팔리지도 않는 책 왜 그렇게 열심히 만드세요?"라는 뼈아픈 질문이 돌아오기도 한다.
요즘 누가 책을 읽는다고 그렇게 유난이냐고 할 수도 있다. 사실 내 주변에도 온라인 책 친구들 말고는 책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만큼 출판계가 척박하고 어려운 실정이다. 정성을 다하고 열심히 홍보해도 팔리지 않는 책을 보며 출판 관계자들은 숱하게 허탈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감 직전까지 정성을 다해 원고를 읽고 또 읽으며 치열하게 비교하고 검토한다.
활자 덕후로서 내내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읽었는데, 여기서 아주 재미있는(그리고 꽤나 미안한) 에피소드가 하나 생겼다. 이렇게 완벽을 기하는 교열부의 노고에 깊이 감동받으며 읽고 있었는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에서 오탈자를 발견해 버리고 만 것이다!
책 내용 중에 출간 후 오탈자를 발견하고 세상을 잃은 듯 괴로워하는 교열부 직원들의 생생한 묘사가 뇌리에 콱 박혀 있어서, 솔직히 이걸 리뷰에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혼자 엄청나게 고민했다. ㅠㅠ 하지만 이마저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책을 만드는 과정의 찐하고 인간적인 묘미가 아닐까 생각하며 애정 어린 마음으로 남겨본다.
누구도 크게 알아주지 않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백 년 뒤에도 남을 한 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출판사 사람들.
책이라는 매체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무언가에 진심을 다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푹 빠져들 수밖에 없는 웰메이드 만화다.
비록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데 크게 관여하면서도 이름을 알리지 못하는 교열부지만 다음부터 책을 펼칠때 마다 그들의 노고를 다정하게 눈여겨보게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