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어떻게 미래가 되는가 - AI부터 양자역학, 청색기술까지, 오래된 상상력의 비밀
이인식 지음 / 드림셀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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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떨어뜨려 액정 AS를 받아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만만치 않은 수리 비용에 차라리 폰을 바꾸고 말지라며 발길을 돌린 적도 있겠지만, 만약 스마트폰을 떨어뜨려 화면에 금이 생겼을 때 화면이 스스로 복원하는 기능이 있다면 어떨까?


이는 마법이 아니라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해 자연 친화적인 물질을 창조하는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 가져올 머지않은 현실이다. (빨리 이 기술이 적용되면 너무 좋겠다는.. 내 폰 지켜~)


우리는 흔히 이러한 인공지능, 신소재, 휴머노이드 같은 첨단 기술이 21세기에 접어들어 갑자기 등장한 과학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인류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이 모든 것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 경이로운 연결고리를 밝혀주는 책이 바로 대한민국 과학 칼럼니스트 1호 이인식 저자의 신작, 『신화는 어떻게 미래가 되는가』이다.


이 책은 그리스, 중국, 이집트, 북유럽 등 고대 신화 속에 담긴 인류의 상상력이 어떻게 오늘날의 과학기술로 피어났는지 흥미롭게 추적한다. 각 장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청색기술과 신소재: 앞서 언급한 스스로 복원하는 기술이나 강철보다 강한 신소재의 아이디어는 거미와 누에의 신화 속 생체모방공학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복잡하고 빠져나오기 힘든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은 현대 자율주행과 AI의 경로 탐색 알고리즘과 원리적으로 맞닿아 있다.

빅뱅 우주론과 나비효과: 중국 창세 신화에서 거인 반고가 쪼갠 '우주의 알'은 천물리학의 빅뱅 이론을 똑같이 닮아 있으며, 태초의 혼돈(카오스) 신화에서는 현대 복잡성 과학의 '나비효과'를 읽어낸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관심 있게 읽었던 부분은 영생을 향한 인류의 욕망이 투영된 '냉동인간'에 대한 내용이다.

영원불멸을 소망한 고대 이집트의 미라 처리 기술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시체의 부패를 막는 여러 방법으로 발전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인체 냉동보존술이다. 몸에 있는 피를 다 뽑아내고 온몸의 털을 제거한 뒤,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가슴을 절개하고 늑골을 분리한다. 혈액을 모두 퍼낸 자리에는 특수 액체를 집어넣어 기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처리한다. 이후 냉동보존실로 옮겨 특수 액체를 부동액으로 바꾼 뒤 액체질소로 급속 냉각시킨다.


놀랍게도 이 보존 재단을 설립한 회장 본인 역시 106번째 고객으로 현재 냉동되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과연 냉동인간들은 훗날 온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내가 살아있는 동안 그 결과를 과연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지 무척 기대된다.


이렇듯 첨단 미래 기술이 이미 고대 신화 때부터 인간이 먼저 그려본 미래였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은 대단히 흥미롭다. 저자가 깊게 파고든 고전의 흔적들을 읽다 보면, 마치 고대인들이 미래를 훤히 예측하고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현대인들에게 몰래 메시지를 남겨둔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든다.


"신화는 허구가 아니라, 인간이 가장 먼저 그려본 미래다!"


책을 덮는 순간 이 카피가 완벽하게 이해된다.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하나의 선으로 절묘하게 이어지며 맞아떨어지는 서사는 책을 읽는 내내 온몸에 소름이 돋게 만드는 포인트였다.


단순히 신화를 과학에 재미로 끼워 맞추는 것을 넘어, 이 책은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이라는 인류의 절실한 과제에 대해 자연을 모방하는 '청색기술'이라는 명확한 해법과 비전을 제시한다. 인간의 오래된 욕망이 어떻게 과학으로 실현되었는지, 그 경이로운 지적 탐험을 경험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신화가 끝나는 곳에서 비로소 인류의 미래가 시작됨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질문하나, 만약 수백 년 뒤 온전하게 눈을 뜰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기꺼이 액체질소 풀장에 뛰어들어 냉동인간이 될 생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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