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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앨런 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7월
평점 :
아니, 저 노인네는 왜 사람들에게 초상화를 공짜로 나눠주고 난리람? 수상해도 너무 수상해. 🤔
처음 이 책의 소개글을 읽었을 때 내 솔직한 심정이랄까. 낯선 노신사가 카페 벽에 걸린 연필 초상화 92점을 몽땅 사들여서는, 그림 속 주인공들을 찾아다니며 아무 대가 없이 돌려준다니? 매사 분석하기 좋아하고 의심병 많은 내게, 요즘 세상에 이런 '무한 친절'은 행운의 편지보다 더 경계해야 할 수상한 일이었다. 🤨
배경은 미국 남부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소도시 '골든'. 어느 날 이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노신사 '테오'가 나타난다. 그는 마을의 한 카페 벽을 가득 메운 92점의 연필 초상화를 유심히 보다가 묘한 결심을 하게 된다. 뛰어난 솜씨에 비해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걸려있던 이 그림들을 전부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아주 은밀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초상화 속 얼굴의 진짜 주인공이나 그 가족을 수소문해 찾아낸 뒤, 마을 중앙의 벤치로 초대해 그림을 하나씩 돌려주는 일. 아내를 잃고 아픈 아이를 돌보는 아버지, 수십 년간 후회 속에 살아온 여인,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참전 용사,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자, 가난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은 청년까지. 테오는 벤치에 나란히 앉아 그들의 숨겨진 사연을 묵묵히 들어준다.
그렇게 잃어버린 얼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동안, 상처와 후회로 앙상했던 골든 마을에는 조금씩 따뜻한 금빛 물결이 번져가기 시작한다. 도대체 테오는 왜, 무엇을 위해 이런 수고로운 친절을 베푸는 걸까?
"왜 이런 걸 하는 겁니까? 아저씨 누구예요? 나 어떻게 알아요?" (캔드릭의 대사가 내 마음 같았다는 ㅋㅋ)
재미있는 건 책 속의 인물들도 처음엔 나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거다. 대가 없는 선의에 경계심을 품고 의심의 눈초리로 테오를 바라본다. 심지어 그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등장하는데, 만약 무조건적인 감동만 강요했다면 자칫 유치한 동화로 끝났겠지만, 이런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들 덕분에 이야기가 훨씬 더 생동감 있고 입체적으로 다가왔던 거 같다.
무엇보다 압권은 마지막의 충격적인 반전! 😳
분명 가슴 따뜻해지는 힐링 소설이라고 알고 펼쳤는데, 결말에 이르러서는 "잠깐, 이거 스릴러였나?" 싶어 다시 한번 앞표지를 들춰봤을 정도다. 다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왜 그렇게 놀라워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대가 없는 선의, 타인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경청, 그리고 서로를 기억하고 존중하는 공동체의 유대감. 작가는 좋은 예술이란 결국 누군가를 '기억하게 만드는 일'이며, 한 사람을 제대로 바라보고 다정하게 대하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 예술이 될 수 있는지를 테오를 통해 보여준다.
"92점의 연필 초상화, 이 그림 속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모든 얼굴은 하나의 이야기니까요."
책 뒤표지 문구를 읽다가 거울에 비친 내 팍팍한 얼굴을 보고 흠칫했다. 나이 들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내 초상화 장르가 '분석과 불만의 스릴러'가 되면 곤란하니까. 🤣 오늘부터라도 다정하고 따뜻함 한 스푼 덜어봐야 아니.. 추가해야겠다.
매일 쏟아지는 자극적인 도파민 콘텐츠들에 지쳐있다면, 슴슴하지만 묵직한 감동에 얼얼한 마라맛 반전이 제대로 더해진 이 소설을 꼭 만나보길 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