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언어로 살아간다는 것 - 관계, 마음, 나를 만나는 어느 심리학자의 인생 수업
이서원 지음 / 스틸당(STEALDANG)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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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에 잔뜩 체한 날, 꽉 막힌 속을 뚫어주는 심리학자의 문장들.


요 며칠, 머릿속이 유독 시끄러웠다. 풀리지 않는 고민과 꽉 막힌 스트레스로 조바심이 극에 달해 있던 참에 우연히 책상 위에 놓인 책 뒤표지의 문장 하나가 시선을 붙잡았다.


"우리는 100년이란 시간을 달리는 기차 여행의 승객이다."


묘하게도 이 평범하고 담담한 비유 한 줄에 팽팽했던 마음의 줄이 스르르 풀렸다. 무작정 책을 펼쳐 목차의 소제목들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잘 벼려진 명언집 한 권을 씹어 삼킨 듯한 묵직한 포만감이 밀려왔다.


30년간 3만 명의 마음을 들여다본 심리학자 이서원의 『나의 언어로 살아간다는 것』은 타인의 소음에 휩쓸린 현대인들에게 단호한 처방을 내린다. 남의 이야기에 익숙해진 나머지 자신의 감정조차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고,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의 세계'로 건너오는 가장 확실한 도구로 '글쓰기'를 쥐여준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유독 시선을 붙잡고 마음을 파고든 문장들이 있다.


"행복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눈을 들어 하늘을 봐도 푸른 하늘이 기적이고, 눈을 내려 땅을 봐도 붉은 흙이 기적인데, 나는 모든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어떤 기적도 없다고 믿으며 시시하게 삶을 살아왔구나. 삶이 시시한 것이 아니라, 삶을 시시하게 사는 내가 있을 뿐이었구나."


이 문장을 읽고 생각해 보니, 내 곁에 당연하게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실은 기적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거대하고 눈부신 성과를 거머쥐어야만 행복이라 믿으며, 일상의 작고 평범한 조각들을 너무나 하찮게 여겨왔던 것이다. 일상의 무감각함을 예리하게 찌르는 이 성찰은 메말랐던 마음에 깊은 파동을 일으켰다.


더불어, 완벽주의에 빠져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작가가 건네는 조언은 든든한 위로가 된다.


"매일 쓰려고 하지 마세요. 바빠서 중간에 몇 주 혹은 몇 달을 쓰지 못해도 그만두지 마세요. 1년에 하나를 쓰더라도 괜찮으니 계속 써나가세요. 어쨌든 쓰고 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책에는 이처럼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글쓰기 방법이 등장한다.

내가 문제를 내고 내가 답을 쓰는 다섯 줄 글쓰기

속마음을 기록하는 감정 일기

주고받는 글쓰기 대화 수첩

범사에 감사하는 기념일 노트

시간 날 때마다 글쓰기, 시기

사물이 알려주는 인생의 이치, 그림과 글쓰기

따라 하다 닮아가기, 따라쟁이 글쓰기 등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방식은 '내가 문제를 내고 내가 답을 쓰는 다섯 줄 글쓰기'였다. 고작 다섯 줄이니 금방 쓰겠거니 가벼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쥐어짜 내는 과정은 엄청난 고민의 연속이었다. 긴 글쓰기보다 짧은 글쓰기가 훨씬 어렵다는 저자의 말에 백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글쓰기의 막막함을 덜어주는 구체적인 방법들에 위로를 받으며 책장을 넘기다, 뜻밖의 반가운 대목과도 마주쳤다. '하나의 사건, 두 개의 시선, 전문가와 글쓰기' 파트에서 예전에 직접 마케팅을 진행했던 이서원 작가와 이명숙 변호사의 공저 『오늘도 가정법원에서 인생을 배웁니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발견한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계속 써나가라던 저자가, 실제로 다른 전문가와 각자의 언어로 치열하게 하나의 사건을 조망하고 기록해 나갔던 과정이 담겨 있어 묘한 내적 친밀감마저 느꼈다.


저자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작문 기술이 아니다. "치료는 밖에서 안으로 약이 들어오는 것이고, 치유는 내 안의 상처가 밖으로 나가 스스로 약을 바르는 것"이라는 통찰처럼, 글쓰기는 엉킨 속내를 가장 안전하게 꺼내어 스스로를 돌보는 치유 의식이다. 거창할 필요도 없다. 하루 다섯 줄이어도 충분하다. 아침에는 날것의 감정을, 밤에는 깊어진 사유를 나의 언어로 정직하게 적어 내려가는 행위 자체가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잡는 단단한 닻이 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에 길들여져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한다. 그러나 내 감정을 똑바로 응시하고 가장 정직한 '나의 언어'로 뱉어낼 때, 비로소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다. 쇼윈도에 전시된 타인의 서사에 주눅 들거나 휩쓸릴 필요 없다. 타인의 삶을 구경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은 방치해둔 이들에게, 이제 그 소음을 끄고 텅 빈 나만의 인생 노트를 펼쳐 스스로를 치열하게 파고들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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