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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감각 - 고요하게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장석주 지음 / 청림출판 / 2026년 2월
평점 :
“그 문장을, 당신의 뼈에 새겨본 적이 있나요?”
우리는 너무 빠르게 읽고, 너무 쉽게 잊는다.
화면을 스크롤하며 얻은 정보는 뇌를 잠시 스치고 사라질 뿐.
하지만 필사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사각사각, 연필(또는 펜)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귀에 스며들 때,
그 소리가 오늘의 나를 붙잡아 준다는 것을.
장석주 시인의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개정판)
《필사의 감각》은 바로 그 머묾의 마법을 제대로 담은 책이다.
괴테, 톨스토이, 카프카, 헤세 같은 거장들부터 피천득·박완서·김애란까지,
총 68편의 감정을 다스려주는 문장으로,
인생을 깨우쳐주는 문장으로,
일상을 음미하게 해주는 문장으로,
생각을 열어주는 문장으로,
감각을 깨우는 문장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문장들은 '속도'에 지친 우리에게 '깊이'를 제안한다.
장석주 작가의 말처럼, 베껴 쓰는 일은 작가에 대한 오마주이자 자아와 문장이 하나로 섞이는 황홀한 경험이었다.
펜이 종이를 지나는 사각거림은 그 자체로 명상이었고,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문장들을 따라 쓰다 보면 마음의 소음이 잦아들었다.
특히 감정, 인생, 일상, 생각, 감각이라는 다섯 가지 테마로 나뉘어 있어,
그날의 기분에 따라 처방전처럼 문장을 골라 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문장 뒤에 덧붙여진 저자의 섬세한 해설은 필사 후, 사유의 지평을 넓혀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자, 네 문장을 써봐!"
남의 문장을 빌려 쓰기 시작해 결국 나의 내면을 채우고,
나만의 문장을 쓰고 싶게 만드는 힘!!!
모든 것이 빠르게 휘발되는 시대에 우리가 '필사'를 멈출 수 없는 이유이다.
비록 못난이 필체지만, 장석주 시인이 고른 68편의 문장을 따라 쓰며, 어지러운 내면을 고요히 정리해 본다.
펜 끝에서 문장이 다시 살아나 내 뼈와 살이 되는 시간.
마음이 무뎌졌다고 느껴질 때,
이 책을 펼치고 사각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