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철학하다 - 삶은 어떻게 글이 되고, 글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이남훈 지음 / 지음미디어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쓰기 스킬만 파다가 길 잃은 사람? 그게 바로 나야. 🙋‍♀

4년 전, 호기롭게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었다.
운 좋게 한 번에 덜컥 승인이 났는데, 기쁨은 딱 하루 갔다.
막상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하얀 백지를 마주하니까 숨이 턱 막혔다. 😨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하지?"
"이렇게 쓰는 게 맞나?"
"다음 편은 또 뭘 써?"

내 이야기, 주변 이야기를 끄적이며 독자들 반응을 얻기도 했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부담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다 '잠시 멈춤'.
결국 아예 '몀춤' 🚫

중간에 글쓰기 작법서를 여러 권 읽었지만,
첫 문장 쓰는 법, 묘사하는 법... 등
기술을 알면 알수록 펜은 더 무거워졌다.

그러다 이 책, 《글쓰기를 철학하다》를 만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백지 앞에서 쩔쩔맸던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나에게는 글을 써야 할 '이유', 즉 '철학'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이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우리를 흔들지 못한다면, 대체 왜 읽고 있는 거지?"
카프카의 이 말은 단순히 충격적인 글을 쓰라는 뜻이 아니다.
어둡고 도전적일지라도, 세상의 주류 생각이나 뻔한 상식과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서슬 퍼런 '의지'다.

나는 그동안 이 '의지'가 없었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글, 예쁜 글만 쓰려했기에 한 줄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아닌지.
이 책은 말한다.
세상을 흔드는 글을 쓰려면,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버티려면,
작가에겐 '철학'이라는 단단한 척추가 필요하다고.

이 책은 글쓰기 스킬보다는 글을 대하는 '태도'와 '본질'을 철학자들의 시선으로 명쾌하게 정리해 준다.
1⃣ 글쓰기는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다 :
화려한 문장력보다 중요한 건 '나만의 기준'이다. 철학이 없으면 칭찬에 들뜨고 비판에 무너진다. 방향성이 있어야 글쓰기라는 노젓기가 비로소 서핑이 된다.
2⃣ 불안은 필연이다 (사르트르) :
백지 앞에서의 막막함은 자유로운 존재인 인간이 겪는 당연한 감정이다. 그 불안을 견디고, 기존의 나를 파괴하며 새로운 나를 쓰는 것이 글쓰기다.
3⃣ 질문하고 대답하라 :
한 편의 글이란, 곧 하나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이다. 작가는 세상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전문가여야 한다.
4⃣ 관찰하고 해석하라 (수전 손택) :
작가는 세상에 '주의를 기울이는(Pay attention)' 사람이다.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강한 의지와 호기심으로 세상을 해석해야 한다.

책장을 덮으며 깨달았다.
글쓰기는 단순히 손끝에서 나오는 기교가 아니라,
세상의 통념과 싸우며 치열하게 머리로 사유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작가라는 직업은 필연적으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것은 편안한 일상에 안주하는 대신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어제의 나를 파괴하며,
보이지 않는 본질을 끄집어내기 위해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야 하는 지난한 형벌과도 같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묵묵히 글을 쓰는 모든 작가님들께 존경을 표한다.)

나처럼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만 달아놓고 멈춰버린 분들,
혹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 작법서만 뒤적이다 시작조차 못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당신의 무딘 생각의 얼음을 깨부수고, 그 고통마저 즐기며 다시 펜을 잡게 할 '도끼' 같은 책이 되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