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이스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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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지 못하면 1등 빼고 다 그만둬야 하나요? 그냥 하면 안 돼요?"

멈추는 법을 몰랐던 우리가 다시 출발선에 서는 법, 《체이스》 


0.001초의 승부.

남들보다 빨라야만 살아남는 세계.

F1 데뷔를 목전에 둔 레이싱 유망주 '재희'의 삶은 오직 속도와 기록뿐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는 그녀의 트랙을 산산조각 냈다.

'발가락 감각 이상'. 레이서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판정을 받고, 그녀는 도망치듯 엄마의 고향 '가로도'로 향한다. 


더 이상 핸들을 잡을 수 없는 레이서가 도착한 낯선 섬.

그곳에는 느리게 흐르는 바다와,

서툴지만 반짝이는 눈을 가진 드론부 아이들이 있었다.


땅 위를 미친 듯이 질주하던 재희는 그곳에서 비로소 하늘을 나는 법,

아니 한발 물러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속도를 줄일 줄 알아야 했고, 많이 배우기 위해서는 더 많이 실수해야 했었다."

"변하는 건 용기예요."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시선이 머문 건,

치열한 레이싱 장면이 아니라 서툰 아이들과 재희가 나누는 대화들이었다.

1등이 아니면 의미 없다고 믿었던 재희에게, 닮이 묻는다.


잘하지 못해도, 그냥 좋아서 하면 안 되냐고.

그 무해한 질문이 앞만 보고 달리느라 닳아버린 내 마음까지 툭, 건드렸다. 


특히 태오에게 건넨 재희의 마지막 말은 마치 나에게,

그리고 내 딸에게 하는 말 같아서 한참을 먹먹하게 읽었다. 


🔖 "지금 당장 좋아하는 거 없어도 괜찮아. 앞으로 다가올 모든 순간을 기회라고 생각하면 그게 뭐든 언젠가 널 찾아오지 않을까?" 


사실 나는 늘 "꿈이 없다", "하고 싶은 게 없다"며 투덜대는 딸아이를 보며 답답해했었다.

'한창 좋을 때인데, 왜 벌써부터 헬조선이니 뭐니 하며 꿈조차 꾸지 않을까.' 그런 아이의 모습이 무기력해 보여서 속이 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책 속 재희의 말을 듣는 순간,

무방비 상태로 정곡을 찔린 듯했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꿈이 있는 게 '당연'한 건 아니다.

아직 좋아하는 걸 찾지 못한 아이에게,

어른의 잣대로 속도를 강요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레이서 복귀 앞 트라우마 속에서도 태오를 다독이던 재희의 말은,

꿈을 강요받던 딸아이에게도, 그리고 자식 걱정에 조급했던 나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무언가를 이뤄내야만 가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것을 좋아하게 되는 건 이유도 모르며 불분명한 선택지로도 괜찮은 거니까. 


이 책은 말한다.

꿈의 모양은 변할 수 있어도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가장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것 또한,

다음 트랙을 위한 가장 단단한 준비일 테니까. 


속도에 지쳐 잠시 멈춰선 당신에게,

그리고 아직 자신의 트랙을 찾지 못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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