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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나는 당신을 죽일겁니다.
죽이겠다고 적힌 원고가 택배로 도착했다.
이제 일상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수법은 어떤 게 있을까
사람은 왜 사람을 죽일까.
좌천된 천재 편집자 다치바나는 정체불명의 인물 X로부터 ‘완전범죄로 당신을 살해하겠다’는 원고를 받는다.
편집자로서의 촉각을 되살린 그는 후배 유카와 함께 원고의 정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를 죽이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완벽한 트릭으로.
살인 디데이를 알리는 원고는 계속해서 도착하고,
그 속에는 살해 협박만이 아니라 점점 더 구체적인 흔적이 담겨 있었다.
미행당한 사진이 배달되고,
믿었던 일상까지 의심스러워지는 순간,
다치바나는 더 이상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끌려 들어간다.
정말 X가 나를 죽일 작정이라면 언제 어떤 식으로 죽이러 올까.
그런데, 자신을 죽이겠다는 X를 기다리는 다치바나는 무척 흥분돼 보인다.
다치바나는 이미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 시나리오를 조합하며 X가 남긴 단서를 하나씩 맞춰가는 자신을 상상했고,
누가 누구를 조종하는지 끝까지 증명해 보이겠다는 결의에 미소를 짓는듯하다.
대형 공포 채널 유튜버 출신 작가다운 연출력 덕분에 장면은 화면처럼 생생하게 펼쳐지고, 누구에게나 익숙한 ‘출판사’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은 현실감 넘치는 공포를 자극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해 독자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끝까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특히, ‘살인’을 하나의 예술적 집착, 완전범죄라는 집요한 미학으로 끌어올리며 미스터리의 매혹을 극대화한다.
공포·스릴러 장르를 즐겨 읽는 터라 살인의 수법들은 다소 익숙해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흡입력은 분명히 존재했다.
반전이 드러나는 순간의 충격,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집착과 신념은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했다.
범인의 정체는 예상대로였지만, 그에 이르는 과정은 내 추리를 여러 번 비틀며 반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그래서 결말을 예측하고도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완독의 여운은 한층 깊어졌다.
결국 《나의 살인 계획》은
“완벽한 범죄를 설계한 자와 그 함정에 빠진 자, 진짜 주인공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를 심리전의 한가운데로 몰아넣는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극의 살인'이란 뭘까요?
답은 심플하죠.
범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살인.
그저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살아갈 뿐이죠.
그런데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자기가 했다는 걸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아요.
지금 당신 주변에 아름다운 궁극의 살인을 하는 그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