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임정, 최후의 날
이중세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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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을 던져서 왜놈 100명을 죽이려면, 내 곁에 선 젊은이 얼마를 잃어야 할까.


광복절, 서대문형무소에 다녀왔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되었던 그곳은 여전히 차가운 벽과 바람 속에 고통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던 그분들의 넋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특히 사형장 앞에 서 있는 미루나무, 

‘통곡의 나무’라 불리는 그 앞에서는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형장으로 끌려가던 독립운동가들이 마지막 순간 이 나무를 부여잡고 울부짖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선명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 앞에 서니 눈물이 차올랐다. 책 속 투사들의 얼굴과 이름,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들의 넋이 겹쳐졌다.


1932년 상해. 일본군과 밀정의 그림자가 드리운 프랑스 조계지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마지막까지 싸우고 있었다.

김구, 이봉창, 윤봉길과 같은 이름은 익숙하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안공근, 유상근, 이덕주, 유진만, 이화림 같은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투쟁 역시 이 책은 놓치지 않는다.



배신과 의심이 가득한 밀정의 시대, 끝내 꺾이지 않았던 불굴의 의지.

『상해 임정, 최후의 날』은 기록에 남지 못한 목소리까지 되살려낸 더욱 의미가 깊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깊이 남은 건, 

독립투사들이 싸워야 했던 적이 단지 일본군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배신은, 동포의 얼굴을 하고 온다.”


같은 동포였고, 함께 독립을 꿈꾸던 동료였지만 그들이 밀정이었단 걸 알았을때 끝내 처단해야 했던 순간들. 그 고뇌가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왔다. 


“내 손은 피에 절어 있어.

그건 어떤 물로도 지울 수 없는 흔적이었다.”


『상해 임정, 최후의 날』은 바로 그 ‘적과 싸움’보다 더 치명적이었던 ‘동포를 의심해야 하는 싸움’의 비극을 생생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우리가 잘 아는 김구, 이봉창, 윤봉길의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안공근, 유상근, 이덕주, 유진만, 이화림 같은 인물들의 서사를 담아냈다.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반드시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오늘 우리가 다시 불러내는 순간, 독

립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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