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 사람을 남기는 말, 관계를 바꾸는 태도
이해인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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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꼭 지금 해야 해?”
“난 그냥 솔직하게 말한건데.”

가까운 사람일수록 말이 흉기처럼 날카로워질 때가 있다.
이해인 작가의 신작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저자는 다정함을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관계를 바꾸는 태도라고 말한다.

“말은 관계를 만들고, 말투는 사람을 남기며, 대화의 온도는 사람의 마음에 남는다.”

책장을 넘기며 솔직히 불편했다.
나는 다정한 사람이 아니다.
몽글몽글한 말투도, 따뜻한 위로도 어색하고 낯간지럽다.
내가 만약 다정한 말을 건넨다면 책에서 배운 99% 연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정함을 강조하는 책 속 문장들을 읽을 때마다
속으로 ‘왜?’ 굳이 .... 라는 질문이 터져 나왔다.

“상대의 표정을 읽고 공감해라”라는 문장에서는
‘공감한다고 당장 문제가 해결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험담하는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관계 개선을 모색하라”는 말에는
‘그 사람이 어디 가서 내 험담은 안 할까? 왜 굳이 관계를 붙들어야 하지?’라는 반발심이 생겼다.

책은 마치 맞은편 테이블에 앉은 저자가 끊임없이 나를 설득하듯 다가왔고,
나는 그때마다 반발심으로 응수했다.
그런데도 이 책에 몰입했던 건, 다정함에 대한 정의가 생각보다 넓고 깊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대단히 친절할 필요도,
대단히 다정할 필요도 없다.
진짜 다정함은 배려의 리듬을 이해하는 것.”
(그 '대단히'의 기준이 나와 다를지라도...)

이 문장에서 비로소 숨이 트였다.
다정이란 반드시 따뜻한 말과 위로의 형식으로만 표현되는 건 아니었다.
관계의 속도를 맞추고, 내 온도를 지키면서도 건네는 작고 단단한 배려도 다정이었다.
나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 지나치게 심각해지기보다,
우스갯소리로 긴장을 풀어주는 걸 좋아한다.
얼핏 가벼워 보여도, 그 속에는 그 사람을 향한 걱정과 다정함이 들어 있다.
정말 아끼는 사람이라면, 말로 위로하는 대신 필요할 때 제일 먼저 달려가 머리끄댕이라도 잡아줄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다정함’이다.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는 참 착한 책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착하게 살라’는 조언이 아니라,
불안과 갈등으로 가득한 시대에 인간 관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태도의 철학을 보여준다.

다정이란 결국, 불행의 유무가 아니라 불행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또 다른 지혜임을 이 책은 차분히 일깨워 주며, 내가 가지지 못한 다정함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해 준다.
그러자 주변의 다정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생각해 보면 다정한 그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나도 이 정도의 나름 다정함을 녹여내고 있는 게 아닐까.

다정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기술이 아니라, 내가 무너지지 않으면서 타인에게 건넬 수 있는 온도의 차이다.
그 온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비록 2도이지만) 나 역시 내 방식의 다정을 이미 가지고 있다.

결국, 다정은 교본이 아니라 선택이고, 각자의 방식으로 지켜내야 할 리듬이라는 것.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나는 이 책의 제목에 동의할 수 있었다.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오늘의 미션.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기'
단, ‘나다운 다정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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