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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사는 사람 샘 올트먼 - AI 시대를 설계한 가장 논쟁적인 CEO의 통찰과 전력
키치 헤이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챗GPT, 뇌손상이라도 입은 걸까?”
ChatGPT-5 출시 이후 쏟아진 비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핵심 인재 유출, 메타의 거센 추격, 기대에 못 미친 성능.
세계 AI 혁명을 주도했던 오픈AI와 샘 올트먼이 이제 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미래를 사는 사람 샘 올트먼』은 이 논쟁적인 인물을 본격적으로 해부한 첫 평전이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키치 헤이기는 올트먼 본인과 주변 인물들을 대상으로 250회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의 성장 과정과 사업가로서의 행보를 촘촘히 기록한다.
어린 시절과 실패한 스타트업, Y콤비네이터 대표 시절, 오픈AI 창립, 일론 머스크와의 결별,
그리고 ‘올트먼 축출 사태’로 불린 해임과 복귀까지.
이 책은 인공지능 혁명사의 한복판에서 권력과 야망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원제 The Optimist가 드러내듯, 올트먼의 흔들림 없는 낙관주의다.
그는 AI가 인류를 파괴할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인류가 가진 최고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믿음은 핵융합 스타트업 투자, 월드코인 프로젝트 같은 시도로 이어진다.
그러나 내가 느낀 건 기술적 낙관주의 너머에 자리한 정치적 계산과 권력 추구였다.
기술 발전이라는 외피 속에 막대한 이해관계와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이 책은 분명하게 드러낸다.
독자로서 아쉬움도 컸다.
무엇보다 일론 머스크와의 결별, 이후 그가 개발한 AI 서비스 ‘그록(Grok)’과 챗GPT의 정면 대결,
그리고 최대 투자자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갈등 같은 오늘날의 핵심 쟁점들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
이는 지금의 AI 판도를 이해하는 데 본질적인 요소임에도, 책은 인물 중심 서사에 머물러 있다.
올트먼 개인의 서사를 넘어 AI 업계 전체 권력 구도를 조망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최근 직접 사용해 본 ChatGPT-5의 실망스러운 성능은 이 책의 문제의식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었다.
기술의 진보가 곧장 성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 낙관주의가 실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의 불확실성.
이는 올트먼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AI 산업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질문이다.
『미래를 사는 사람 샘 올트먼』은 한 명의 CEO 전기를 넘어, 초지능 시대를 앞둔 인류가 맞닥뜨린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텍스트다.
다만 머스크와의 경쟁, MS와의 긴장 관계 같은 현재 진행형의 격돌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독자로서는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이 책은 ‘과거와 인물의 해부’에 충실하지만, 독자가 궁금해하는 ‘현재와 미래의 전쟁’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올트먼이라는 인물을 통해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사람’의 이야기로 끌어내려 보여준다는 점이다. 수치와 기술 용어가 아닌 한 명의 인간 (모순과 야망, 확신과 불안을 동시에 지닌 CEO)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마주할 AI 시대가 얼마나 복잡한 선택과 갈등으로 점철될지를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