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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 ㅣ marmmo fiction
장강명 외 지음 / 마름모 / 2025년 4월
평점 :
"본능이 이끄는 대로 사랑한 게 잘못이냐"
책 속 이 대사는 희대의 불륜 드라마 『부부의 세계』 속 바람을 피운 남편이 내뱉던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말과 참으로 닮아 있었다.
금기는 인간 사회를 규율하는 가장 오래된 장치다. 그러나 문학은 언제나 이 금기의 경계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선을 넘음으로써 인간의 본질에 다가갔다.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는 한국 문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장강명, 차무진, 소향, 정명섭 네 작가가 모여 ‘금지된 사랑’을 주제로 삼은 앤솔러지다.
이들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누구도 쉽게 입에 담지 않는 불륜, 금기, 사회적 모순을 정면으로 파헤친다.
저희는 그냥 만나서 술 마시고 섹스하고 그게 전부인 건가요.
응. 우리 사이가 그런 사이야.
_투란도트의 집
사춘기가 지나면서 어머니는 동생의 성욕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어요. 동생에게 어머니는 더는 돌봐주는 대상이 아니게 된 거죠. 동생이 어머니 몸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만 했어요.
_빛 너머로
살면서 잊히지 않는 낯선 이를 만날 확률 그리고 그 사람을 내 집에서 다시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너는 예측 가능한 내 삶의 얼마 되지 않는 우연이었다.
_포틀랜드 오피스텔
이혼을 하고 만날 것이지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하나?
뭣 때문에 그렇게 서로 목을 매는지 도통 영문을 모르겠네?
금지된 사랑이니까
_침대와 거짓
이 앤솔러지는 단순히 충격적인 소재에 머물지 않는다.
금기의 서사를 빌려, 사회 구조 속에서 계급, 젠더, 권력의 작동방식을 은밀히 드러낸다.
또한 "바른 사랑"이라는 규범적 정의에 균열을 내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다가선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 책이 단순한 윤리적 비난이나 가십적 흥미를 경계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금지된 사랑을 ‘판단’하기보다, 외면해온 인간 욕망의 생생한 현장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그리고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누구를 위한 도덕을 말하는가?
이 책은 부드럽지도, 친절하지도 않다.
읽는 내내 느껴지는 불편함은 마치 뽑을지 말지 망설이게 만드는 욱신거리는 사랑니와 같다.
글쎄, 설령 욕망이 이끄는 대로 흔들리고, 금기를 넘어선다 해도,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인간과 괴물을 가르는 마지막 경계이자, 서로를 향한 최소한의 존엄이지 않을까.
말하지 않는 욕망,
외면하는 금기,
끝내 터져버리는 본능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누구도 입에 담지 않는 이야기들.
금기를 욕망하는 이들. 어디까지 인간이고, 언제 괴물이 되는지.
'금지된 사랑'이라는 뇌관을 눌러버리는 이 소설을 개인적 사정으로 독모 300에서 함께 나누지 못함에 심히 억울할 따름이다.
나의 금기된 욕망은 언젠가 독모에서 말할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