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
애덤 바일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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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예술과 고독, 언어와 인간이 오랜 시간 교차한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이곳에서 지난 10년간, 세계의 작가들이 머물며. 자신의 삶과 문학, 그리고 '쓴다는 일'에 대해 고백해왔다.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이 서점에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 중 특별히 빛났던 스무 편의 대담을 모은 기록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
퓰리처상 수상자 콜슨 화이트헤드,
맨부커상 수상자 조지 손더스,
그리고 신진 작가 제니 장, 클레어루이즈 베넷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문학을 이끄는 목소리들이 총집결했다.

이 책은 단순한 작법론이나 인터뷰 모음이 아니다.
문학과 자아, 시간과 삶, 여성과 예술, 고독과 트라우마를 주제로 작가들이 '쓴다는 일'에 대해 품어온 깊은 사유와 진실한 고백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그리고 페미니즘, 인종차별, 계급 문제 등 동시대 문학 담론의 핵심 쟁점들도 이들 고백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개인과 사회를 관통하는 목소리를 심도 있게 만들어낸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칼 오베 크네우스고르의 고백이다.

“쓰기란, 삶을 직면하는 일이다.”

칼 오베 크네우스고르의 이 한 문장은 나를 멈춰 세웠다.
아버지를 죽도록 미워했고, 증오했다. 그러나 막상 그 죽음 앞에서 하염없이 울어야 했던 그.

그는 4~5년에 걸쳐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 했지만, 끝내 실패했었다.
그 무력함 속에서, 자신이 쏟아낼 수 있는 모든 절박함으로, 그럼에도 살아내야 했던 세월로,
결국 『나의 투쟁』을 완성했다.

“문학을 도피처로 삼고 싶지 않았다.”
그 감정의 진실을, ‘왜’ 울고 있는지를 쓰기 위해 그는 다시 펜을 들었다 고백한다.

그가 직면한 것은 타인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 자신'이었다.
문학을 도피처로 삼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
그 결심이 만든 진실의 문장들.
읽는 동안, 나 또한 내 삶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이 문학이 갖는 가장 단단한 방식의 위로이자 연대이지 않을까.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글을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읽는 이에게도 커다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떻게 삶을 직면하고 있는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낡은 책장과 퀴퀴한 냄새 속에서 오간 이 생생한 대화들은 우리가 문학을, 인간을, 세계를 다시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공간들이 마을 곳곳에 있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기분 좋은 상상도 해본다.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나는 그곳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 안에 앉아있다. 그리고 그들을 만났다. 마치 작은 초대장을 받은 듯, 그들의 이야기를, 문학적 기록을 마음속에 오래 담아 놓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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