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과를 망설이는 어른에게 - 서툴지만 다시 배워보는 관계의 기술
김나리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오랫동안 내 안에 쌓여 있던 감정의 매듭 하나가 풀리는 것을 느꼈다.
살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갈등과 오해를 경험한다.
때로는 내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상처 입히기도 하고,
또 때로는 마음 한구석에 쌓인 서운함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사과라는 걸 알면서도,
‘사과하면 지는 것’ 같아 머뭇거렸고,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지’ 하는 두려움에 입을 다물었던 적이 있다.
『사과를 망설이는 어른에게』는 이런 우리의 솔직한 마음부터 따뜻하게 끌어안아준다.
이 책은 단순히 ‘사과를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사과를 둘러싼 심리적 메커니즘, 관계 안에서 작동하는 권력 구조,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배우지 못했던 ‘건강한 사과’의 방식을 깊이 있게 짚어낸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모든 문제가 사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미안함이 아니라,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 또한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이 책은 사과를 잘 하는 법만이 아니라,
때로는 부당한 사과를 거절하는 용기,
사과 이후 관계를 회복해가는 과정까지 다룬다.
그야말로 ‘사과에 대한 깊이 있는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다.
사과를 주저하는 우리를 나무라지 않고,
"서툴러도 괜찮아요.
우리에겐 다시 시작할 용기가 있으니까요."
조심스럽지만 단단한 위로를 건네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사과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것도, 내가 지는 것도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건
'완벽한 사과'가 아니라,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사과'일지도 모른다.
『사과를 망설이는 어른에게』는 그런 사과를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관계 안에서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꼭 한 번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읽고 나면,
마음 어딘가에 작은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