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 건강하고 자립적인 노후를 위한 초고령 사회 공간 솔루션
김경인 지음 / 투래빗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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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대한민국, 그 어느 나라보다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지만, 노인에 대한 이해는 상당히 부족하다. 젊은 세대는 노인을 '틀딱', '꼰대', '연금충'이라는 단어로 비아냥거리며 노인 혐오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들은 아직 노년을 살아본 적이 없다. 나이가 들면 정신적, 신체적 기능 저하로 일상생활과 공간을 예전처럼 활용할 수 없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인이라는 이유로 젊은 세대들에게 불편한 존재로 여겨지며 고립과 소외의 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서, 치매 증상으로 인해 많은 노인들이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자리 잡은 요양에서 마지막 삶을 보낸다. 자식들과 보호자들은 그들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노인들은 그냥 '내 집', 수십 년간 내 삶이 묻어나 있는 공간에 그대로 머물고 싶어 한다. 이 간극은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우리는 정말 나이 들어서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는 이 절박한 질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노년 신경건축학자인 저자 김경인 박사는 집과 도시가 노인을 보호하는커녕 오히려 위협이 되고 있는 현실을 조명하며, 고령자가 존엄과 자립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모색한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집과 도시는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불편하고 위험한 공간이 되어간다. 화장실조차 안전하게 사용하지 못해 갈증을 참아야 하는 현실, 단순한 문턱 하나가 큰 장애물이 되어버리고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먹는 걸 포기해버리는 환경 속에서 노인들은 존엄한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책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집과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방법을 공간, 주거, 도시라는 3가지 관점을 통해 노년의 삶을 새롭게 조망한다.

1장 '집, 나이 들수록 더 위험해진다'
익숙했던 공간이 나이가 들수록 왜 위협적인 환경으로 변하는지를 다룬다.

2장 '노인의 자립, 주거 공간이 좌우한다'
주거 환경의 작은 변화가 노년의 삶에 미치는 깊은 영향을 탐구한다.

3장 '노인을 위한 도시는 있다'
개인의 집을 넘어 지역 사회와 도시 차원에서 노인을 지원할 방안을 제안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실버타운과 요양원이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에이징 플레이스(Aging Place)', 즉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개념을 강조한다. 거창한 시설을 새롭게 마련하기보다 작은 변화, 예를 들어 문턱 낮추기, 미끄럼 방지 바닥 설치, 조명 개선 등 생활 속 작은 조정이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로부터 분리되지 않고 세대 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며 일본의 여러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주택가에 소규모 자리하며 지역 주민과도 자유롭게 교류하는 '긴모쿠세이 우라야스' 요양 시설은 돌봄을 제공하는 곳을 넘어, 입소자의 자립을 지원하고 그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진정한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 이는 건축적 접근뿐 아니라 삶의 질을 고려한 인간 중심의 해결책임을 잘 보여준다.

"어떤 사회의 진정한 수준은 그 사회가 가장 취약한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 문장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밝힌 저자의 말처럼 나이 드는 것은 특별한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래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은 나는 적어도 품위를 잃지 않고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노년의 삶을 꿈꾼다.
나이 들어도 내 집에서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고 싶고, 다양한 문화생활과 평생 교육으로 자아실현도 이루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주거 문제를 넘어서 '모든 세대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더 큰 질문을 던지며,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 방향을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보게 된다. 저자가 말하듯 익숙한 공간에서 머무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넘어, 공동체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에이징 인 커뮤니티로 나아가는 거. 나이 들면서도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주거 환경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 해답을 찾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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