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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를 아시나요? - 사라진 여대생, 그리고 진실을 쫓는 18년간의 추적기
이동세 지음 / 뒤팽 / 2024년 7월
평점 :
전북대 수의학과 여대생 실종사건은 평소 애청하는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방송을 보는 내내 단서가 될만한 증거들이 어이없이 사라지는 모습에 안타까웠다. 이건 미스터리 작가가 마치 풀지 못하게 만든 장치처럼 완벽하게 시나리오가 짜인 느낌이랄까. 특히 아흔을 바라보는 이윤희 학생의 아버지의 처절한 추적 기록을 담은 이 책을 보며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이윤희 학생을 짝사랑했던 K군, 이윤희 학생 실종 일주일 만에 의미심장한 말을 귓속말로 남긴 S군, 실종 3일 전 가방을 날치기 당한 사건과 실습 시험 후 뒤풀이 과정 중 급하게 나온 이윤희 학생, 그리고 충격적인 검색 단어와 사라진 이윤희.
그 뒤, 어지러워진 방을 깨끗이 치웠던 친구들 (이곳에 K군과 S군도 있었다)로 인해 사라진 현장 증거들 (그중 이윤희 학생의 수첩과 찻상은 며칠이 지난 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된다.) , 미흡했던 초동수사와 충격적인 인터넷 기록 삭제까지 읽는 내내 소름을 끼치게 만드는 상황들에 나조차 가슴을 내려치게 된다.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꼬인 실타래를 분명 풀 수 있을 거 같은데, 누군가 일부러 풀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거 같은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펼쳐지며 답답함이 증폭된다. 특히 사건 13년이 지난 후에 밝혀진 충격적인 인터넷 기록 삭제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윤희 학생 실종 전후로 총 4일의 기록만 삭제된 것, (여기에는 날치기로 인해 휴대폰이 없던 이윤희 학생이 네이트온 메신지로 주고받았던 데이터들도 포함되었다.) 분명 실종에 중요한 키가 될 수 있는 단서들이 많았을 기록들은 왜 삭제됐을까?
거기에 경찰은 그제야 자신들의 단순 실수에 의해 삭제됐다며 유족에게 사과했다. 그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방송에서 밝혀지자 13년 만에 고백하는 경찰이라니.. 그동안 경찰만 믿고 가장 중요한 증거인 딸이 사용한 컴퓨터를 맡겼고 수사를 믿었었다. 무엇보다 기가찬건 보관했던 하드를 민간 업체에 포렌식 맡기며 나온 결과였다. 이윤희 학생의 컴퓨터에는 그간 숨겨진 비밀을 담고 있었다. 이윤희 학생 실종 후 경찰의 수사가 계속 진행되는 중에도 아무도 없는 원룸에 누군가가 들어와 컴퓨터를 사용했고 데이터를 삭제하고 있었다.
18년의 기록,
딸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심정을 최대한 절제하며 사실을 기반으로 스스로 철저히 검증하며 써 내려간 글들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모두가 의심스럽고 모든 상황이 짜인 각본대로 진행된 듯한 것들이 무서울 정도다. 그런데 하나같이 정확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 심증에 불가한 것들이라지만 합리적 의심이 될 수밖에 없는 것들 투성이다. 타인이 봤을 때도 그렇게 느낄 지경인데 가족들의 그 답답함은 오죽할까.
이 책은 이윤희 학생을 찾는 것을 넘어 앞으로 실종자에 대한 부실한 초동수사로 인해 중요한 증거가 인멸되고, 나아가 은폐되는 일들이 없어야 함을 강조하며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쓰인 기록이었다.
그리고 이제 19년째 싸움을 이어가려 한다.
이윤희의 원룸의 비밀번호를 알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
과연 그는 누구일까?
그가 범인일까?
단순 실수라고 하지만 경찰은 왜 인터넷 기록을 삭제했을까?
그동안 미온적이던 전북대에서 전북대 수의학과 출신이 수사 담당 책임자가 됐을 때 왜 적극적으로 변했을까?
이윤희 학생의 머리카락까지 보관할 정도로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K군이 집을 치우며 나온 쓰레기봉투를 원룸 바로 앞이 아닌 100여 미터나 떨어진 곳에 버렸을까?
이윤희 학생의 아버지에게 따로 만나길 요청했던 S군은 왜 끝끝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냥 가 버렸을까?
범인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