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김선현 지음 / 한길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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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몸의 아픔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았던 프리다 칼로, 성적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에곤 실레, 사랑하는 사람과 닮고 싶었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그 누구보다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스페인 독감마저 물리친 장수 예술가 에드바르 뭉크, 성공할까 두려워하면서도 후원과 관심을 받지 못할까 두려워했던 빈센트 반 고흐,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자로서의 자신감과 당당함을 표출했던 타마라 드 렘피카 등 57명 화가가 남긴 자화상 104점이 담겨있다.

자화상은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자신의 내면과 정체성을 외적인 모습으로 표현해 미술치료에서 많이 사용하는 치료기법으로 말로 표현하지 못한 숨겨진 마음을 찾아낸다. 책에 소개된 자화상은 화가로서의 번민과 고통,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려는 모습도 보였지만 아픔, 고통, 외로움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 또한 느껴졌다.

대부분 자화상이 우울과 불안, 고독, 슬픔 등이 느껴졌는데, 유독 도전적이고 당당함이 눈에 띄었던 작품이 있었다. 책 표지로도 선정된 타마라 드 렘피카의 <녹색 부가티를 탄 타마라>이다. 당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뇌쇄적 눈빛과 대담하고 도시적인 신여성의 모습을 담아낸 이 작품에서 타마라가 여성으로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고자 했던 모습이 화풍에서 그대로 전해져 더욱 인상 깊었던 거 같다.

같은 시대, 우리나라 화가였던 나혜석 또한 당시 여성 화가로서 멋진 행보를 이어나가려 했지만 사회적 질타 속에서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사건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심리학에서는 '나'를 인식하는 방법에 따라 세 가지의 '나'가 있다고 한다.
'되고 싶은 나' , '노력하면 될 수 있는 나', '실제의 나'
되고 싶은 나를 위해 노력하려 하는 나지만 실제의 나는 그러지 못하는 거 같아 자주 좌절감을 느낀다. 여러 화가들의 자화상을 보며 진짜 되고 싶어 하는 나는 무엇인지, 오늘은 그 숙제를 해봐야겠다.

때론 우리의 환경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움직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은 시간이 흐른 뒤 그때가 운명 같았다고 합니다. 저 역시 어떤 경우는 "그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때 그 상황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바로 최선을 다해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_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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